IFRS17의 도입과 감독회계의 변화 - 문진수 회계사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문진수"
공인회계사
IFRS17의 도입과 감독회계의 변화
보험감독의 관점의 변화를 요구하는 IFRS17
IFRS17의 도입으로 인해 보험감독회계와 재무회계와의 상호관계는 어떻게 정립되어야 할까?
대전제는 감독회계가 재무회계의 영역을 침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회계의 틀 안으로 자리잡음이 되어야 한다. 감독기관이 계획하는 감독의 영역과 재무회계의 영역이 겹치는 곳에서 감독회계가 재무회계를 대체하게 되면 재무회계의 원칙이 흔들리게 될 수 있다. 특히 자산, 부채의 측정(measurement), 인식(recognition), 회계처리(accounting) 관련 영역은 그 영향이 매우 크다. 상증법에 의한 가치평가가 재무회계에서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감독목적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측정방식이 재무회계에서 규정하는 측정방식을 대체하거나 변경하게 된다면 재무회계의 도입취지와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 이처럼 감독회계는 재무회계 영역을 침해하거나 변경시키기 보다는 재무회계의 원칙 내에서 재무회계 원칙의 합리적 적용여부를 점검하는 관점을 취해야 한다. 옳고 그름이라는 흑백논리, 정답논리에 치우친 관점을 합리성(reasonability)이라는 폭넓과 유연한 관점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이러한 유연성 있는 관점은 감독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연함은 부당하게 허용하는 것이 아니며 재무제표 이용자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여부의 관점을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판단, 추정의 적합성에 대한 점검은 날이 무딘 칼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것을 악용한 자에게는 날카로운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의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필자는 2000년 중반에 미국증권시장에 상장한 국내은행의 USGAAP에 의한 재무제표를 감사한 경험이 있다. 은행재무제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이다. 이는 추정과 판단의 영역으로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BIS비율이라는 감독기준에 의한 지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시 KGAAP에서는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에 있어 감독회계가 재무회계의 측정 영역을 대체하고 있었다. 대손충당금이란 손실예상치(Expected loss)이고 이의 가장 합리적인 측정방법은 과거경험에 기반한 합리적 추정임에도 불구하고 감독기준은 대출채권의 신용등급 등에 기반한 건전성 분류, 다시말해 대출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하여 이에 고정된 설정율(0%, 2%, 20%, 50%, 100%)를 적용하여 대손충당금을 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충당금은 실제 미래에 발생하는 손실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감독의 목적은 은행 재무제표가 경제적 실질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기 보다 명료한 기준에 의해 회계처리 함으로써 은행간 비교가능성의 제고와 규제의 편의성, 효과성을 달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실질에 맞는 순자산, 당기순이익, 자본의 금액을 원한다. 그들은 기업의 자본량이 얼마인지 궁금하지 않고 기업의 재무상태를 보고 가치투자를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에 대출채권에서 어느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비율이 미래에도 적용가능할 경우 향후에 어느정도의 손실이 발생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그렇다면 건전성분류에 의한 충당금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적 수치에 기반한 경험손실, 예상손실에 기반한 충당금을 원할 것이다. 당시 USGAAP은 오래 전부터 경험율에 의한 대손충당금을 산정하여 보고하고 있었다.
보험감독의 새로운 관점
IFRS는 전반적으로 공정가치를 강조한다. 한국의 10년 남짓 되는 IFRS 역사상 공정가치와 관련하여 실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이슈는 복합금융상품(compound instrument)의 공정가치 평가였다. 자금조달 목적으로 전환증권을 발행하면 주계약인 일반사채는 채권평가모델로, 내재파생인 상환권, 전환권은 T-F 모델과 같은 복합금융상품 평가모델로, 그리고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인 주식은 DCF 모델로 평가하는 과정에 많은 가정과 추정이 개입된다. 특히 DCF는 현금흐름(cashflow) 추정에 수많은 가정과 변수가 개입되어 편의와 부정의 위험을 극대화 시키는 위험이 있다. 회사는 모든 사실관계와 제반환경(all facts and circumstance)을 고려한 최선의 추정(Best estimate)임을 주장하지만 외부감사인과 감독기관은 편의(bias)와 부정(fraud)의 수단은 아니었을까? 하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가치평가(valuation)의 영역은 가장 유연한 회계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영역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회계처리를 만들어 내는 영역인 것이다. 이는 다시말하면 가치평가는 가장 양시적인 회계처리를 해야만 하는 영역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과 외부감사인 및 감독기관은 수많은 가치평가 이슈로 영원히 싸우게 될 것이다.
보험사의 재무제표에서 보험부채는 90%의 중요성을 차지한다. 보험부채는 수많은 DCF가 뭉쳐진 거대한 DCF 덩어리로 하나의 복합금융상품의 평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많은 가정과 변수가 개입된다. 즉, 우리가 IFRS17의 도입을 결정하고 시행을 한 것은 결국 커다란 잠재적 회계이슈를 덩어리째 가지고 들어온 것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큰 의사결정을 하였다면 그에 대한 대비도 남달라야 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감독기관의 감독관점과 방법의 변화이다. 감독기관은 험부채 평가에 적용된 수많은 가정과 변수에 대해 위에서 예로 든 은행의건전성분류와 같은 획일화된 기준으로 재무회계를 지배하는 관점이 아닌 "합리성(resonability)"이라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IFRS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보험계약의 공정가치 평가방법을 구체적으로 일일이 규정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더 이상 획일화된 방법으로 IFRS17을 적용하는 보험사를 규제할 수는 없다. IFRS17의 적용은 각 보험사가 자신의 보험상품의 성격과 특성, 그리고 경험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보험사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보험부채를 측정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감독 역시 그러한 과정이 합리적인지, 그 결과가 그 보험사의 재무상태를 합리적으로 표시하는지에 관점을 두어야 한다. 단순히 보험사간 적용방법이 다르다고 하여 이를 획일화 시킨 뒤 비교평가하겠다는 접근방법은 IFRS17의 환경에 적합하지는 않다.
아래 그림을 보자, 감독기관은 Yes / No라는 이분법적인 정답을 가진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면 IFRS17 하에서는 모든 사실과 상황에 대한 합리적고려, 경제적실질, 최선의 추정, 재무제표 이용자관점, 합리성 등의 요소에 근거한 감독으로 관점을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합리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감독기준, 감독회계를 제거함으로써 감독기관 입장에서는 업무방향성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IFRS17의 도입을 결정하고 강력히 추진한 주체는 감독기관이다. 감독기관은 IFRS도입이 단순히 새로운 규제수단을 창설한다는 측면을 넘어서서 보험회사 감독에 있어 기존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관점(fresh look)을 가져야만 하는 시점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규제방식과 규제마인드를 IFRS17에 적용하기 보다는 IFRS17의 범주 내에서 IFRS17에 적합한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외부감사인과 동일한 관점이다. 감독기관이 보험부채의 적정성을 감독하는 방법 역시 보험부채 공정가치 평가에 내재된 제반 가정과 변수들의 합리성(reasonability)을 판단하는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답(fixed solution)을 가지고 흑백논리의 관점으로 맞고 틀림을 가려내기 보다는 유연한 관점으로 합리적, 적정성, 경제적실질, 최선의 추정 여부를 판단(judgement)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보험사의 재무제표의 옳고 그름은 감독기관 입장이 아닌 재무제표 이용자 관점에서 그들의 이해를 왜곡시키는지 여부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View & Opinion
한국은 IFRS Compliance의 충실한 이행이라는 대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IFRS 원문(Original)과 다른 한국의 실정에 맞는 "K"-IFRS 기준을 별도로 만들어 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원문에 충실한" 기준은 한국의 회계기준의 발전을 더디게 한다. IFRS는 특정 국가의 기준서가 아닌 세계 공통의 회계기준, 회계원칙을 이론화 하는데 중점을 두는 기준이므로 원칙만을 제시하기 때문에 원문(Original)만 따르는 방식으로 적용해서는 각 국가의 경제환경, 회계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령 IFRS는 USGAAP과 같이 미국의 경제환경에 부합하는 수많은 지침(guidance, statements)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IFRS의 목적과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IFRS17에는 보험부채의 인식과 후속측정에서 부채변동분을 당기손익(P&L)으로 할지, 기타포괄손익(OCI)으로 할지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유럽과 한국의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당기손익과 포괄손익에 대한 Hierarchy의 차이이다. 유럽은 한국처럼 당기손익을 기타포괄손익에 비해 월등히 우위에 있는 정보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기타포괄손익은 자산, 부채의 증감을 유발하는 항목 중 당기손익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항목으로 포괄한다. 투자자는 당기손익만 본다기 보다 맨 마지막 라인인 기타포괄손익도 중요하게 보며, 당기손익과 기타포괄손익의 차이항목의 성격과 중요성을 판단하여 단지 당기손익 정보에만 의존한 판단 그 이상을 판단할 것이다.
최근 한국의 IFRS17 적용 과정에서 예실차(예정이율과 실제이율의 차이)의 회계처리(P&L, OCI)가 보험회사별로 달라 이슈가 되고 있다. 예정이 실제와 달라졌다고 하여 실제에 기초하여 자산, 부채를 재측정할 수는 없다. 실제가 축적되어 경험율로써 적합도를 가질 때 부채의 측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실제와 예정과의 차이를 즉시 반영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는 각 보험사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회계처리는 경영자의 선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당기손익의 변동성(volatility)을 꺼려하는 경영자는 예실차를 당기손익(P&l)보다 기타포괄손익(OCI)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 있다. 당기손익은 일시적으로 유불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높은 손익변동성은 현금흐름의 변동성, 즉 위험(Risk)을 증가시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감독기관은 예실차의 회계처리가 "각 보험사마다 다르다"라는 문제적 관점보다는 각 보험사별로 다를 수 있는 성격인지,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기업의 경제적실질을 더 잘 표현한다면 어떠한 기준과 관점으로 적용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서둘러 이것은 당기손익, 이것은 기타포괄손익 하면서 정해 나가기 시작하면 어느새 IFRS17은 허울만 남게 되고 유용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수 있다.
다음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IFRS 도입과 적용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는 모두 하나의 공통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진정한 K-IFRS가 무엇이냐?"와 관련한 것이다. IASB에서 만든 기준서를 영문으로 번역한 것이 KIFRS인지, 이를 한국의 경제, 산업, 회계환경에 맞게 심도 있는 고민을 거쳐 조정해 나가는 기준서가 진정 KIFRS인지 고민해야 할 단계이다. 한국이 IFRS를 도입했던 2011년 당시 도입의 취지와 목적은 "Korea Discount"의 해소였다. 이는 최근에 이슈가 되는 기업의 "Value-UP"과 맥락을 같이 한다. 결국 투명성을 유지의 전제 하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 종국적인 목표였다. IFRS17을 도입하여 적용하는 목적도 결국 기업가치 증대와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감독기관의 목표도 다를 이유가 없다. 감독기관의 목표 역시 감독, 지적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가치의 증대 그리고 투자자 보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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