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한영혜 공인회계사"
보고펀드자산운용CFO
AI 서비스 구독과 부가세 대리납부 문제
한영혜 회계사
인공지능 (AI) 스타트업 오픈 AI가 ChatGPT를 개발하여 전 세계에 ChatGPT 열풍을 가져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정말 다양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출시되어 각각의 장점에 따라 저마다 다른 구독자들의 필요를 채워 주고 있다. 처음에는 소수의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개인적인 도구로 사용되던 AI 서비스들이 이제는 회사의 필수 업무 도구로 자리매김하여 회사에서 팀 단위로 구독하여 업무에 사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업무상 큰 도움이 되는 AI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해외사업자가 공급하는 AI 서비스라는 데에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게다가 해외사업자가 공급하는 AI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국내사업자의 서비스와 달리 구독료의 결제 방식, 회사의 비용처리 및 부가세 거래에 있어서 실질적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AI 서비스의 사용자가 교육, 금융 등 부가세 면세사업자라면 불편함은 가중된다.
해외사업자가 공급하지만 국내에 사업장이 있는 경우라면 국내사업장이 정상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원화로 결제하므로 사용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해외 업체가 개발하여 공급하는 AI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는 그 사업자의 웹페이지의 결제창에 들어가서 달러로 표시된 청구금액을 보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결제하게 된다.
그런데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업체들이 사용자에게 구독료에 부가세를 청구하는 방식이 각자 다르다. 검색엔진, 클라우드 제공 등으로 익숙한 기존의 업체들은 공급받는 대상이 일반소비자인지 사업자인지 구분하지 않고 구독료에 부가세 10%를 추가한 금액으로 결제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A업체가 제공하는 AI 구독서비스는 부가세법 제53조의 2에서 언급하고 있는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국외사업자의 특례에 따라 사업자와 비사업자를 구분하여 처리하고 있다. 구독자가 결제창에 자기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넣으면 부가세를 제외한 구독료만 결제되도록 하고 있고, 사업자등록번호 입력을 건너뛰면 구독료와 별도로 부가세 10%를 추가한 총금액으로 결제한 후 invoice와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
오늘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거래는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어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다국적 IT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에 2~3% 정도의 세율을 부과하는 디지털세를 도입하고 있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 국경을 넘어 공급하는 전자적용역에 대해 소비자가 지불한 금액의 일정 세율(소비자의 국가 부가세율 적용)을 부가세로 징수하여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 7월부터 부가세법 제53조의 2 에서 별도로 전자적 용역 간편사업자등록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해외사업자가 전자적 용역(앱,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클라우드 등)을 국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경우, 공급자인 해외사업자가 한국 국세청에 간편사업자등록을 신청한 후 홈택스를 통해 징수한 부가세를 신고ㆍ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이 생기기 전에도 부가세법 제52조에는 대리납부 조항이 있어 국내사업장이 없는 해외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용역이 국내에서 사용되는 경우 해외사업자를 대신하여 용역을 제공받은 사업자(과세사업자는 제외하고 주로 부가세 면세사업자)가 부가세를 대신 대리납부할 의무가 있었다.
다만, 그 당시에는 대리납부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해외 거래(주로 해외 자문용역 등이 해당)의 빈도수가 높지 않아 부가세 면세사업자가 이따금씩 발생하는 대리납부 의무를 이행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대리납부 제도는 용역을 제공받는 자가 사업자가 아닌 경우에도 이론적으로는 부가세 대리납부 의무에서 제외되지 않았으므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대리납부 조항으로는 급증하는 글로벌 디지털 거래에 대한 부가세를 과세하기 어려웠기에 과세의 실효성과 소비자의 납세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자적 용역의 부가세 납부 특례 조항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국세청에 간편사업자등록을 한 국외사업자는 전자적 용역의 공급에 대한 거래명세(등록사업자의 과세사업 또는 면세사업에 대하여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의 거래명세를 포함함)를 그 거래사실이 속하는 과세기간에 대한 확정신고 기한이 지난 후 5년간 보관하여야 하고, 국세청장은 거래명세서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명세에는 공급한 전자적 용역의 종류,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전자적 용역의 공급시기,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사업자인 경우로 한정함) 및 성명, 상호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여야 한다. 이렇게 간편사업자등록을 한 국외사업자는 세금계산서 발행의무가 없다.
국외사업자의 전자적 용역 공급에 대한 과세 조항은 처음에는 사업자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에게 공급되는 전자적 용역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국외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어 국외사업자로부터 부가세를 징수당한 과세사업자는 부가세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말 법 개정시 국외사업자의 전자적 용역 공급에 대한 과세특례의 적용범위에서 국외사업자가 국내사업자의 과세사업 또는 면세사업과 관련하여 직접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를 제외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면 상기 전자적 용역 공급에 대한 과세특례에서 제외된 사업자는 부가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부가세법 제53조의 2의 개정에 따라 제외된 사업자는 어떻게 과세를 할지 후속 규정이 없다. 원래 부가세법 제52조 대리납부 규정이 먼저 생겼고 그 후 제53조의 2 규정이 생겼으니, 제53조의 2 규정과 배치되는 제52조 조항 적용을 배제하는 문구는 제대로 되어 있었다. 즉, 국외사업자는 국내 면세사업자가 부가세 대리납부 할 것이니 따로 부가세 신고납부 의무가 없었는데, 제53조의 2로 신고납부 의무가 생겼으니, 이후에 이 부분을 적절히 수정하기 위하여 제53조의 2 제4항에서는 “제52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간편사업자등록을 한 자는 부가세 신고 납부를 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후에 다시 제53조의 2의 개정으로 사업자를 배제하였으면 배제된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부분은 어떻게 부가세법을 적용한다고 후속 규정으로 안내를 했어야 할 텐데(예를 들어 다시 제52조로 돌아가서 과세한다는 식으로) 친절하지 않다. 다만 예규판례로(사전-2015-법령해석부가-0458, 2016.5.13) 면세사업자가 국내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으로부터 부가세법에 따른 전자적용역을 면세사업과 관련하여 공급받는 경우에는 부가세법 제52조의 대리납부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니 실무에서 그렇게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면세사업자의 입장에서 전자적 용역의 대리 납부, 특히 AI 서비스 구독으로 인한 대리납부의 경우 통상적인 대리납부와 달리 납세협력비용이 만만치 않다. 예전에 간혹 발생하는 국외사업자의 해외용역에 대한 대리납부 정도의 빈도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왜 과세당국에서 전자적 용역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서 과세를 하려고 했겠는가? 일단 전자적용역은 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얼마든지 소액, 작은 단위로 다양한 건수로 거래할 수 있고 시스템으로 자동거래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는 말은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AI 구독서비스가 늘어날 텐데 이를 플랫폼 기반의 국외사업자도 아닌 단순 사용자인 국내 면세사업자에게 계속 대리납부 의무를 지우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AI 구독비용은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되고 플랫폼을 통해 결제되므로 부가세 신고 납부도 국외 사업자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일괄징수 납부하게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는 유럽처럼 다국적기업의 매출에 일정 비율로 과세하는 디지털세의 과세가능성을 위해 준비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외사업자가 국내 전체 소비자(개인이든 사업자든)에게 제공하는 거래대금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전에 모 국회의원이 현행 부가세법에서 과세되는 전자적 용역의 범위에 사업자 간 거래는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도 일본처럼 구글이 국내 소비자나 법인과 거래한 모든 매출 내역을 명확히 파악하고 과세할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국외사업자가 공급하는 전자적 용역의 범위에 사업자 간 거래를 포함하도록 개정하자는 발의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는 부가세 측면에서 볼 때 매입세액공제 등 여러 가지 목적 때문에 사업자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비단 부가세 측면만이 아니라 미래의 디지털세를 위한 과세정보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는 간편사업자등록을 한 국외사업자로 하여금 모든 소비자와의 거래에 대한 신고 납부를 하게 함으로써 국내에서 공급되는 총 거래대금을 파악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간편사업자등록을 회피하는 국외사업자를 어떻게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을지 이슈도 있고 실무적으로 국외사업자의 플랫폼에 의한 거래 집계 및 부가세 납부가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간편사업자등록을 한 국외사업자로부터 징수당한 부가세에 대해 과세사업자가 별도로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보완조치도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쪼록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납세편의성이 개선될 수 있고 보다 넓은 시각에서 조세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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