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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leading case : 로담코 판결-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이전오 교수)

by 삼일아이닷컴 2026. 6. 4.

※ 이번 회에서는 조금 오래된 판결이지만, 조세법률주의와 더불어 세법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leading case인 이른바 ‘로담코(Rodamco) 판결’에 관하여 살펴본다.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이전오 교수"

강남대학교 석좌교수 /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장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leading case

: 로담코 판결-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사실관계]

가. 원고(옥메도퍼시픽 비브이, Okmedo Pacific B.V.)는 네덜란드 법인인 로담코 사우스코리아 비브이(Rodamco South Korea B.V., 이하 ‘로담코 코리아’라 한다)와 종로 비브이(이하 ‘종로’라 한다)의 각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이하 로담코 코리아와 종로를 합하여 ‘이 사건 자회사들’이라 한다).

나. 이 사건 자회사들은 2003. 5. 15. 내국법인인 칠봉산업 유한회사(이하 ‘칠봉산업’이라 한다)의 지분을 각 50%씩 나누어 취득하였고, 또한 종로는 2005. 7. 15. 로담코 코리아가 내국법인인 주식회사 아이엔지코리아 프로퍼티(ING Korea Property, 이하 ‘아이엔지’라 한다)의 주식 75%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싱가포르 법인인 씨피엘 코리아 피티이(CPL Korea Pte)로부터 그 나머지 주식 25%를 승계취득하였다(이하 이 사건 자회사들이 취득한 칠봉산업 지분 100%와 아이엔지 주식 25%를 합하여 ‘이 사건 주식 등’이라 한다).

다. 이 사건 자회사들은 주소 및 전화번호와 대표이사가 서로 같고 그 외 직원은 전혀 없으며, 칠봉산업 지분을 50%씩 취득할 때나 2003. 5. 29. 그 지분 일부를 삼성생명 주식회사에 매도할 때 모두 동일인이 대리인으로 계약하였고, 2004. 3. 30. 개최된 칠봉산업의 사원총회에도 이 사건 자회사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대리인 한 사람이 단독 출석하여 회의에 관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라. 이 사건 주식 등의 매입대금은 외형상 이 사건 자회사들의 통장에서 인출ㆍ지급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원고가 그 전액을 제공한 것이다.

마. 피고(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는 아이엔지 주식 75%와 이 사건 주식 등이 형식상으로는 이 사건 자회사들이 보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두 원고에게 귀속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칠봉산업과 아이엔지의 과점주주에 해당한다고 보아,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을 근거로, 이 사건 자회사들이 이 사건 주식 등을 취득함으로써 원고가 아이엔지 소유 부동산의 장부가액 중 25%, 칠봉산업 소유 부동산의 장부가액 100%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이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취득세 등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자회사들이 이 사건 주식 등을 취득한 형식과 외관을 무시하고, 원고에게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을 근거로 간주취득세 등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하급심(1심 및 항소심) 판결요지]

이 사건 자회사들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그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는 원고에게 그대로 미치게 되는 것이지만, 원고와 이 사건 자회사들의 ‘내심의 의사’는 그 자체가 쟁점 주식들을 원고가 아닌 이 사건 자회사들이 소유하는 것으로 하려는 것(그에 기초한 세법상의 법률관계를 형성하여 원고가 과점주주로서 취득세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법인에게 독자적인 권리능력을 부여한 우리 법제 하에서 법인격 자체가 부인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주식취득으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를 모회사인 원고가 받게 된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와 이 사건 자회사들의 법률관계 형성에 관한 의사를 무시하고 원고를 과점‘주주’로 보는 것은 실질과세의 원칙의 본질에 어긋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할 뿐 아니라, 이와 같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세법을 적용하는 것을 ‘실질과세의 원칙’이라고 한다면 특수관계자의 범위에 관하여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지방세법 시행령 제6조 제1항과 같은 규정은 사실상 필요가 없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모회사가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관계법령에 의하여 자회사들끼리는 특수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어느 자회사도 취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되지 아니한다는 결과적인 불합리성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다는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명문의 규정이 없이 실질과세의 원칙만을 근거로 원고를 칠봉산업과 아이엔지의 과점주주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제2항이 천명하고 있는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는 조세법의 기본원리인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규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제생활관계에 적용함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목적적이고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형해화를 막고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실질과세의 원칙 중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실질귀속자 과세의 원칙은 구 지방세법(2005. 12. 31. 법률 제78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2조에 의하여 지방세에 관한 법률관계에도 준용된다. 따라서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귀속 명의자는 이를 지배ㆍ관리할 능력이 없고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ㆍ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위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당해 주식이나 지분은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ㆍ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취득 경위와 목적, 취득자금의 출처, 그 관리와 처분과정, 귀속명의자의 능력과 그에 대한 지배관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상훈의 반대의견]

(가)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공평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조세법의 기본원리로서 과세권의 행사가 실질적인 사실관계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배제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과세권의 남용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명확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할 염려가 있다.

(나) 납세의무자로서는 조세법률주의의 토대 위에서 조세의 부담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거래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것이 가장행위나 위법한 거래로 평가되지 않는 한 납세의무자의 권리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불확정개념인 실질과세의 원칙을 내세워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형식을 함부로 부인하고 법 문언에 표현된 과세요건의 일반적 의미를 일탈하여 그 적용범위를 넓히게 되면 조세법률주의가 형해화되어 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무너지게 된다. 나아가 조세포탈죄 등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과세관청의 자의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대법원은 부동산 취득세에 관하여, 부동산 소유권의 이전이라는 외형 자체를 포착하여 거기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부과하는 유통세일 뿐 부동산의 취득자가 이를 사용ㆍ수익ㆍ처분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포착하여 부과하는 것이 아닌 점을 고려하여, 부동산 취득자가 실질적으로 완전한 내용의 소유권을 취득하는지와 관계없이 소유권 이전의 형식에 의한 부동산 취득의 경우를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소유권 이전의 형식을 중시하여 왔으므로, 이러한 부동산 취득세에 의제적 성격까지 보태어 납세의무자의 범위를 넓힌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의 부동산 등 간주취득세에 관하여는 더욱 당사자가 선택하여 취한 거래형식을 존중하여야 하며, 실질과세의 원칙을 이유로 함부로 납세의무자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그 거래형식을 부인할 일이 아니다.

[2] 이 사건 자회사들의 설립목적과 그에 대한 원고의 지배관계 및 지배의 정도, 칠봉산업과 아이엔지의 주식의 취득 경위와 목적 등을 심리하여 실질적인 귀속관계를 밝히고 그에 따라 원고에게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에 따른 취득세 납부의무가 있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 없이 주식 등을 취득한 형식과 외관에만 치중하여 원고에게 취득세 납부의무가 없다고 단정한 원심판결에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평석]

가. 대상 판결 이전의 대법원은 이른바 법적 실질설에 입각하여, 납세의무자로서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과세관청으로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누1155 판결,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0963 판결 등),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하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거듭 밝혀 왔다(대법원 1999. 11. 9. 선고 98두14082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두5004 판결 등). 그리고, 모회사가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자회사를 거래에 개입시킨 경우에도 그 예외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즉 종래의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는 쪽에 보다 무게를 두어 왔다.

나. 이런 입장에 선다면, 원고가 이 사건 주식 등을 직접 취득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자회사들이 이를 분산하여 취득한 동기가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의 부동산 등 간주취득세 납세의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거래가 가장행위가 아닌 한 원고와 이 사건 자회사들이 선택한 법적 형식을 부인하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과세권의 자의적 확장을 막고자 하는 조세법률주의의 권리보장적 기능을 강조하는 반대의견이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하면서, 원고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비합리적이고 비정상적인 형식을 취하였음에도 자회사들의 법인격이 인정된다고 하여 납세의무를 면하게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보았다. 실질과세의 원칙은 바로 그러한 불합리를 제거하는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법적 실질설 대신에 경제적 실질설을 채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라.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이 실질과세원칙의 적용과 그 원인된 행위의 민사법적 구성을 반드시 연계하여 인식할 필요는 없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주식 등의 취득이 민법상 가장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이 사건 자회사들의 법인격을 부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확히 판시한 점은 매우 중요하고 올바른 판단이다. 즉, 대상판결은 사법상 유효한 행위인 경우에도 조세회피행위에 대하여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획기적인 판결이고, 이후 모든 판결들의 leading case로 작용하고 있다.

마. 다만, 다수의견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파악한 점은 동의하기 어렵고, 실질과세의 원칙을 지나치게 확장하여 적용하게 되면 과세권의 남용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가 형해화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유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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