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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전문가 칼럼] 법적 실질설은 살아있다.

by 삼일아이닷컴 2024. 1. 31.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황남석"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적 실질설은 살아있다.

법적 실질설은 살아있다? 여기서의 법적 실질설은 물론 실질과세원칙의 내용을 설명하는 두 이론 중에 하나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실질과세원칙의 내용에 관하여 두 가지 견해가 과거부터 주장되어 왔다. 그 중 하나는 법적 실질설로서 과세관계에서 외관상의 형식이나 문언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민사법적 법질서에 입각하여 과세하여야 한다는 입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경제적 실질설로서 외관상의 형식이나 문언에 구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민사법적 법질서에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사법적 법질서는 인간 생활을 기초지우는 기본법질서이므로 민사법적 법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과세관계를 재구성할 때에는 ‘조세회피 의도’를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과세요건의 차원에서 두 입장을 비교하자면 법적 실질설은 조세회피 의도를 요구하지 않지만 경제적 실질설은 조세회피 의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국세기본법 제14조에 규정되어 있는 실질과세원칙의 내용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은 주로 법적 실질설의 입장에서 판단하여 왔는데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경제적 실질설로 선회하였다. 이제 실질과세원칙에서의 ‘실질’은 경제적 실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으므로 법적 실질설을 적용할 때에는 실질과세원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여전히 법적 실질설을 적용하면서 실질과세원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그런 경우에는 조세회피 의도를 요건으로 삼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제2항을 적용할 때에는 ‘조세회피 의도’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광범위한 오해를 양산하고 있다.
물론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제2항은 제3항과 달리 조세회피 의도를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는 위 조문들이 법적 실질설의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역사적 배경 하에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제3항은 법적 실질설의 시대에 만들어지기는 하였으나 내용 자체가 민사법 법률관계의 부인 및 재구성을 담고 있으므로 조세회피 의도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 이제 판례를 살펴보자.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18두47714 판결은 의약품 원료 수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그 다음 해 3개월 내에 무료샘플의 명목으로 공급받기로 약정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수입자인 원고는 무료샘플의 명목으로 공급받은 물품에 관하여 단위 당 5,000엔을 거래가격으로 하여 수입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위 무료샘플에 해당하는 물품은 무상으로 수입되었으므로 관세법 제30조 제1항이 정한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세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 제31조가 정한 방법에 따라 위 수입계약에서 정한 단위당 구매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대법원은 위 수입계약은 연간 구매계약으로 잠정적인 기본가격을 설정하고 연간 구매수량에 따라 추가 공급수량이 확정되면 연간 총 지급액과 연간 총 구매수량에 따라 1년 단위로 최종적인 거래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의 계약이라고 해석하여 위 무료샘플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무상으로 수입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위 과세처분을 취소하였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이 사건은 전형적인 민사법적 법률관계의 해석에 관한 사안이다. 즉, 계약서에 적혀 있는 문구인 ‘무료샘플’이라는 표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당사자의 합의를 존중할 것인가의 선택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어느 쪽으로 결정하건 이 문제는 민사법적 법률관계 해석 문제이므로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달리 해석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결론을 내린 근거로 ‘실질과세원칙’을 들고 있다. 결국 제3자가 ‘실질과세원칙’에 방점을 찍어서 이 판결을 읽게 되면, 문언과 다르게 해석하였으므로 조세회피 의도가 있어야 함에도 대상 판결은 조세회피 의도를 따지지 않았으니 조세회피 의도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한 사례군에 속하는 판결이라는 오해를 하게 된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거니와 적어도 대법원이 경제적 실질설의 입장을 취하는 이상 위 사안은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된 사안이 아니다. 대법원은 경제적 실질설로 선회한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18두47714 판결에서 조세회피 의도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때 적용되었던 조문도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이었다. 이처럼 대법원이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제2항을 적용하면서 조세회피 의도를 요구하지 않은 사안들이 여럿 존재하는데, 그 내용을 곰곰이 따져 보면 법적 실질설이 적용된 사안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법적 실질설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실무계와 납세자의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대법원이 법적 실질설을 적용한 사안에서는 실질과세원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제언을 드리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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