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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상속공제와 세율 조정을 통해 과도한 상속세 개선해야 - 윤태화 가천대 경영대학원장

by 삼일아이닷컴 2024. 9. 11.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윤태화"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원장

상속공제와 세율 조정을 통해 과도한 상속세 개선해야

올해 세법개정안이 지난 7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발표되었다. 세법개정의 기본 방향은 첫째 경제의 역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고용·지역발전 촉진 및 자본시장 활성화, 둘째 민생 안정을 위해 결혼·출산·양육 부담 완화 및 서민·소상공인 등 지원, 셋째 합리적인 조세체계 구축을 위해 세부담 적정화 및 조세제도 효율화 추진, 넷째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을 위해 납세자 편의·권익 강화로 정했다. 향후 5년간 기업과 가계에 약 4조 3천억 원의 감세를 통해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의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본 고에서는 그 중 감세액이 약 4조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속세 분야의 개정 내용에 대해 살펴본다.

이번 상속세 분야 개정안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약 2조 3천억 원의 감세효과를 가져오게 될 최고세율 인하 및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의 상향 조정일 것이다. 현재의 과세표준과 세율은 5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로 1억 원까지 10%, 5억 원까지 20%, 10억 원까지 30%, 30억 원까지 40%, 30억원 초과 50%로 되어 있는데 개정안에서는 세율 10%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확대하고,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30억 원 초과 구간을 삭제하여 최고세율을 40%로 인하하는 것이다. 이로써 과세표준과 세율이 2억 원까지 10%, 5억 원까지 20%, 10억 원까지 30%, 10억 원 초과 40%의 4단계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은 현행 상속세 제도의 문제점이나 OECD 국가들의 최고세율을 고려할 때 옳은 방향이다.

현재의 과세표준과 세율구조는 1999년도 개정에서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종전 50억 원 초과에서 30억 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은 45%에서 50%로 인상하여 지금까지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55%인 일본 다음으로 2위로 높고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주식에 해당되면 상속재산가액이 20% 할증되어 실질적인 세율은 60%인 셈이다. 반면 OECD 38개 국가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거나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하였고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평균 최고세율도 25%로 낮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매우 높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7%로 OECD국 중 최상위권이며, 국세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OECD국 평균은 0.4%인데 비해 한국은 2.4%로 우리나라가 거의 제일 높은 수준이다.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은 이미 소득세를 내고 난 후에 축적된 것인데 상속재산 전체에 다시 높은 세율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중과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업가 등 고액 자산가들이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가지고 이민이라도 가게 되면 그 만큼 국내 투자가 감소하게 되고 결국 생산 및 고용 등이 감소하여 과세기반이 취약해 지는 등 국가경제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스웨덴은 이미 이러한 문제를 겪으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05년도부터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한 바 있다.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웨덴의 아스트라사 대주주 배우자의 사망에 따른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 처분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회사가 어려워지자 영국의 제네카사에 인수되어 오늘날 영국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사가 되었다. 또한 가구회사 이케아의 회장은 높은 세금을 피해 세금이 낮은 스위스로 이주하여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상속세가 폐지된 후 스웨덴으로 귀환하였다. 유럽 국가들은 국경의 문턱이 낮아 이동이 자유로워서 기업 및 자본가들의 해외 이전과 이주가 쉽다. 결국 국가 간 조세경쟁 속에서 기업과 자산가들의 재산을 자국에 남게 하기 위해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었다. 최근에는 영국도 상속세를 폐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결코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교육 및 생활환경이 좋고 상속세도 없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 매력적인 주변국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에 상속세 최고세율 구간을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낮추고 세율을 45%에서 50%로 인상한 채로 지금까지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 기간 물가지수와 주택가격은 거의 2배로 올라 상속세 과세 대상 인원과 상속세수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상속세 과세대상 인원은 지난 해 19,944명으로 1997년 2,805명에 비하면 7배로 증가하였고, 상속세 결정세액도 지난 해 12조 2,900억원으로 1997년도 7,795억원에 비해 약 16배로 증가하였다. 상속세 과세표준 규모별 납세인원 통계에 의하면 과세표준 3억원 이하가 38%, 5억원 이하가 5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산층 가정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저율의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하고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내용만 들어있는데, 중간단계 세율 적용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다소 미흡하다. 20%와 30%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확대하고 최고세율 구간도 50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과표와 세율구조를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나 해당되던 상속세가 이제는 웬만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중산층에까지 확대되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올해 서울지역 34평형 아파트의 평균 공시가격은 12억 9천만원으로 1997년도에 2억 5천만원에 비하면 약 6배로 상승한 것인데, 현재 상속공제 최저한인 일괄공제 5억원 및 배우자공제 5억원 등 합계 10억원이 상속공제가 됨에 따라 일반 가정도 거의 전 재산인 아파트 가격이 이 금액을 넘으면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괄공제 5억원은 지난 1997년 도입되어 27년간 조정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배우자에게 분할되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전액 공제되며, 현재 기본공제가 약 175억원으로 배우자 사망시까지 고려하면 기본공제가 총 약 350억원으로 최고세율이 40%이기는 하나 실질적으로 중산층에게는 상속세 걱정이 없다. 또한 상속공제금액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인상한다.

상속공제를 확대함에 있어 가능한 대안으로 일괄공제액을 상향조정하는 방법과 인적공제액을 상향하는 방법이 있는데 정부의 개정안에서는 일괄공제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법 대신에 자녀공제를 1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택했다. 일괄공제액을 10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상속인을 기준으로 하는 인적 공제는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에 남은 가족들의 생계 유지에 필요한 재산을 세금 없이 확보해 주는 의미가 있어 자녀가 많을수록 공제액이 커지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향후 저출생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행 최저 5억원인 배우자상속공제액을 10억원으로 올리거나 법정상속분까지는 한도 없이 공제하는 방안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추가로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혼하는 경우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분할하게 되면 증여세 같은 세금이 없다. 상속세는 세대 간 부의 이전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인데 사별하여 배우자가 상속받으면 동일 세대에서의 재산 이전인데도 배우자상속공제액 초과분에 대해 과세가 되고 추후 그 배우자가 사망하여 그 재산이 자녀에게 상속되면 다시 상속세가 과세되어 동일 재산에 대해 이중으로 과세되는 문제가 있다. 배우자 상속공제를 이혼 시의 재산분할과 같은 관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상속 이후에 배우자가 상속재산을 양도하는 경우 필요경비에 해당되는 취득원가가 피상속인의 취득원가가 되어 피상속인 단계의 자본이득이 이월되어 과세되는 문제점은 있다.

상속세를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무상으로 취득하게 되는 것이라서 이러한 부의 대물림에 대하여 과세함으로써 공평성을 추구하고 소득의 재분배 기능을 강조해서는 과도한 상속세에 대한 조세저항 및 상속세 회피를 위한 불필요한 편법적 조세계획을 막을 수 없다. 기업가의 경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활동에 전념하지 않고 상속세 회피를 위한 방안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상속세 개정에서 유산취득과세제도의 도입이나 상속세 폐지 후 자본이득세 도입 같은 제도 개편이 들어있지 않은 점도 아쉽다. 상속세를 시행하고 있는 24개 OECD국가 중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덴마크 뿐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유산취득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세(estate tax) 방식은 피상속인 기준으로 보는 관점으로 피상속이 남긴 상속재산 전체에 대하여 상속세를 계산한 후 상속인들이 상속재산 비례로 나누어 내는 방식(상속받은 재산을 한도로 연대납세의무가 있음)이다. 반면 유산취득과세(inheritance tax) 방식은 상속인별로 분할하여 받은 상속재산에 대하여 각각 상속세를 계산하여 내는 방식이다. 유산세 방식에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상속세 부담이 크고, 특히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 이외의 자에게 피상속인이 증여한 재산을 상속재산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부담(증여세는 기납부세액으로 차감)하는 불합리 한 점이 있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이 받는 상속재산에 대하여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어서 응능부담 원칙의 관점에서 볼 때 타당하다. 과거 소득세 과세가 완전치 못한 시절에 피상속인의 소득세 과세가 제대로 되지 못한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를 부과함으로써 소득세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었으나 현재는 세원의 투명성이 높아져 이러한 문제점은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볼 때 소득세가 높은 국가는 상속세가 낮은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49.5%로 OECD국 평균 최고세율 42%에 비해 높아 소득세 고세율국에 해당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과도한 상속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소득세 면제자 비율이 높아 전체 세수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문제점은 있는데 이는 소득세제를 개선하여 소득재분배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이득세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할 때 자본이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방식으로 양도소득세와 유사한 개념이다. 캐나다의 경우는 상속 당시에 피상속인 단계의 자본이득에 대하여 상속인에게 과세하고, 스웨덴, 호주 등 국가에서는 상속 당시에는 과세하지 않고 추후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피상속인 단계 및 상속인 단계의 자본이득에 대하여 과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재산은 대개 부동산이나 주식이 대부분인데 피상속인이 사망하게 되면 상속인들로서는 상속세를 낼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특히 기업을 상속받게 되는 경우 사업의 지속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는 그 대상과 적용 요건에 제약이 있어 실질적으로 이용 건수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적용대상 및 공제금액을 확대하고 사전 요건 및 사후관리 기준을 완화해 왔으나 여전히 중소· 중견기업에만 적용되고 대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민간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상속하는 경우에 자본이득세가 더욱 필요하다. 즉 자산을 처분하여 현금화하는 시점에 가서 과세하는 것이 실질적인 세금부담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많은 납세자들에게 상속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건강한 중산층을 두텁게 육성하고 납세순응도를 높여 국민화합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향후 유산취득과세 방식의 도입 및 자본이득세로의 대체를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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