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경사노위)는 산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 (노사관계 개선위)에서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에 관한 노ㆍ사ㆍ정 합의문’을 위원회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도 수립 시 서면합의 및 경영해고 시 협의 주체, 이밖에 산업안전보건법상 협의 주체 등 근로자들의 집단적 권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권한과 지위를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그 선출방식과 대표성 확보, 신분 보장 등에 관한 법적규율이 미비하여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사용자의 개입과 전횡,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역할과의 충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합의는 작년 12월부터 10개월의 논의를 거쳐 이루어졌으며, 작년 2월 경사노위의 탄력적근로시간제 개선 합의문이 계기가 되어 근로자대표의 지위와 권한 보장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이하에서는 노사정 합의의 주요내용과 기대효과, 한계 등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1. 현행법상 근로자대표 제도
현행법상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상 경영해고 시 협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휴일대체, 유급휴가 대체, 보상휴가제 등 근로시간제 관련 서면합의, 산업안전보건법상 각종 협의와 동의, 요구 등 노동관계법의 30여개 영역에 관련되는 중요한 권한의 주체로서, 근로자들의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현행법상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과 달리, 근로자대표에 대해서는 그 선출절차, 방식이나 대표권의 행사 방식, 근로자대표의 지위나 활동 보장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율을 두고 있지 않고, 이로 인해 근로자대표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그 자체로 노사 분쟁의 원인이 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온 바 있다.
2.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 주요 내용
1) 근로자대표의 선출
근로자대표가 근로자들의 집단적 권익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사업장 내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출절차와 방법, 독립된 의사결정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라면, 현행법 규정대로 과반수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자동적으로 보유한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라면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이 ‘근로자위원 회의’를 구성하여 근
로자대표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
현행법에서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자동적으로 근로자대표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행정해석 등을 통해 판단해 왔으나, 일부 근로자집단에 한정된 근로조건 관련 사항에 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에서 사업장 전체를 단위로 선출하는 근로자위원의 대표성이 문제되면서 일률적인 판단이 어려워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합의문에서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경우 자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의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하되, 근로자위원의 회의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의결을 원칙으로 설정함으로써, 사
용자가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위원 회의 내에서 독립적 의결절차가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과반수 노조도 없고 노사협의회도 설치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대표는 근로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하도록 했으며, 근로자대표의 선출 과정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이나 방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했다.
현행법상 근로자대표의 선출 방식에 대해 아무런 규율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 방식을 거치
지 않더라도 근로자대표 선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선출된 근로자대표의 적법성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라는 근로자대표의 개념정의에 부합하는 선출의 민주성과 정당성을 제도적장치를 통해 확보하기가 곤란해진다. 합의문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자동으로 근로자대표의 역할을 담당하게 함에 따라 선출 방식에 있어서도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2) 근로자대표의 임기
현행법에서는 근로자대표의 임기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해당 근로자대표가 퇴직할
때까지 장기간 근로자대표 지위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근로자대표 선출 필요성에 대한 판단 자체가 곤란하거나 사용
자의 필요에 따라 근로자대표가 수시로 변경되는 사례들이 빈번했다.
노사정 합의문에서는 근로자대표의 임기를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임기와 동일하게 ‘3년’으로 하되, 노사의 합의가있는 경우 3년의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3년의 임기는 ‘한도’ 개념이므로, 지나치게 장기적인근로자대표 지위의 유지를 방지하되, 임기 보장을 통해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대표가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활동을 할수 있도록 하고, 노사협정 이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근로자대표의 지위와 활동
현행법상 근로자대표의 지위나 활동을 보장하는 일체의 법 규정이 없다. 그러나 근로자대표는 근로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합의권, 협의권, 요구권 등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입장이 될 소지가 높은상태에서 근로자대표의 지위나 활동을 직접적으로 보장하는 구체적인 규율이 없을 경우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운영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노사정 합의문에서는 근로자대표의 지위와 활동 보장을 위해 ▲ 근로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 의무, 사용자에 대한 자
료제출 요구권, 사용자에 대한 협의 요구권 및 이에 대한 사용자의 응낙의무, 근로자대표 활동과 관련된 비밀 누설 금지 등 근로자 집단과 사용자에 대한 권한 및 의무 사항을 정하고, ▲ 근로자대표로서의 활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서 간주, 사용자의 근로자대표에 대한 불이익취급과 활동에 대한 개입ㆍ방해의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하고 있다.
3. 입법 전망과 기대호과, 한계
이번 합의는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선출방식과 절차, 권한과 의무를 명확하게 제시하였다는 점과 근로자의 이해대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자대표의 임기와 활동 보장을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담고 있는 내용이다.
10개월에 걸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 장시간 근로 제한에 따른 유연 근로시간제의 확대나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악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없거나 노사협의회가 설치되지 않은 사업장에서의 근로자 이익을실질적으로 대변할 주체의 역할이 중요해진 사회적 배경에서 근로자대표 제도의 개선은 더 이상 시기를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는 점 등에서 근로기준법의 개정 등 적극적 입법 활동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법률 개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의 제도 개선이 곤란한 특성이 있는 만큼 입법과정에서의 난항이나 세부적 사항의 수정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는 영세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이를 침해하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규정 도입을 요구했으나 경영계의 반대로 합의문에서 누락됨으로써 변경된 제도의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을 통한 사용자의 개입 소지를 실질적으로 방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밖에 근로자대표 제도가 적용되는 각 사항들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일부 근로자 집단에 한정되는 경우 실질적인 대표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우려가 있다.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라는 개념 정의의 실현 방식에 ‘과반수 득표’가전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 또는 찬반투표의 실질적 유효성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남는다. 최근 전자투표가 확대되는 가운데 사용자의 개입을 배제하는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운영 기준도 마련될 필요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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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경사노위)는 산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 (노사관계 개선위)에서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에 관한 노ㆍ사ㆍ정 합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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