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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Opinion] 대법원 판결로 알아보는 세법 해석의 어려움

by 삼일아이닷컴 2021. 2. 4.

 

 

 

법무법인 정안 박소연 변호사

※ 참고도서: <세금풍경>, 법무법인 정안, 삼일인포마인

 

2017년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 하나가 선고되었다. 생활정보지 ‘○○교차로’를 발행하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교차 로 주식의 90%1)를 포함하여 약 180억 원 상당의 자산을 공익법인인 구원장학재단에 기부한 것에 대하여, 2008년 약 140억 원의 증여세(가산세 포함)가 부과되었는데, 그로부터 9년 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 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2)

 

이 사건은 과세 당시부터 ‘○○교차로’ 사건으로 불리며 공익 목적의 기부금에 대하여 거액의 세금폭탄을 물리는 것이 타 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 1심에서 납세자 승소, 2011년 2심에서 납세자 패소의 엇갈린 판 결이 나온 후 대법원이 무려 6년간의 장고 끝에 최종적으로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이 판결은 공익법인과 관련한 증여세 이슈를 정리한 것으로도 주목할 만하나, 조세소송을 주로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항 상 고민할 수밖에 없는 ‘조세법률주의’ 내지 ‘조세법규 엄격해석의 원칙’과 ‘합목적적 해석’의 경계에 선 판결이라는 측면 에서 흥미로웠다.

 

이해를 위하여 먼저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요지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한다.

 

상증세법에 따르면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받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지만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는다. 다만, 증여세를 회피하면서 공익법인을 회사3)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재산이 ‘회사의 주식’인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하에 증여세가 과세된다.

 

즉,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5%4)를 초과하는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에는 공익법인을 통해 당해 회사를 간접지 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지만, 출연자와 회사 간에 ‘특수관계’가 없다면 5%를 넘는 주식을 출연해 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5)

 

출연자와 회사 간 ‘특수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출연자 또는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주주이 거나 임원의 현원 중 1/5을 초과하는 회사’(주주 요건)이면서 동시에 ‘출연자 및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보유하고 있 는 주식의 합계가 가장 많은 회사’(최대주주 요건)’이어야 한다.6)

 

이 사건의 경우 최대주주가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70%, 그의 특수관계자가 30%를 보유하던 상황에서 발행주식 총수 의 90%(최대주주가 60%, 특수관계자가 30%)를 공익법인에 출연함으로써 회사의 최대주주는 출연을 받은 공익법인 으로 변경되었다.

 

이때 출연자가 위의 ‘최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출연자가 주식을 출연하는 순간 출연자가 보유한 주식 수는 감소하고 공익법인의 보유 주식 수는 증가하는데, 이 사건 처럼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90%를 출연하는 경우 그 즉시 최대주주는 출연자가 아닌 공익법인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 다면 ‘최대주주 요건’은 출연 전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출연 후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

② 최대주주 요건에서 출연자의 보유 주식과 합산하는 ‘특수관계자’에는 ‘출연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비영리법인’이 포함되는데7), 주식을 출연받은 공익법인(이 사건의 경우 구원장학재단) 역시 그 ‘비영리법인’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다 면 ‘출연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하였다는 요건은 출연자가 실질적으로 정관작성이나 이사선임 등 설립행위까지 해 야 하는가, 아니면 출연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에 이르게 된 비영리법인이면 족한가?

 

이에 대해 대법원 다수의견은 ①번 쟁점의 경우, 법 제48조 제1항의 입법 취지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배당 등에 관한 영향을 통하여 공익법인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공익법인을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 한 것이고, 주식 출연 전 최대주주였더라도 출연에 따라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다면 출연자는 더 이상 회사에 대 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공익법인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공익법인을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최대주주 요건’은 ‘주식이 출연된 후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②번 쟁점의 경우, 이를 ‘출연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에 이른’ 비영리법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설립’이라는 문언을 사 실상 삭제함으로써 엄격해석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출연자가 정관작성이나 이사선임 등 설립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지배 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요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출연자가 공익법인 재산의 대부분을 출연하였으나 설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8) 공익법인 자체는 출연자의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되었고, 그에 따라 출연자는 ‘주식 출연 후’ 회사의 최대주주가 아니므로, 증여세 과세처분은 취소되었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①번 쟁점에 대한 다수의견은 법률 문언을 벗어난 해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최대주주 요건은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하는 내국법인’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것인데, 위 문구는 출연 전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내국법인의 주식을 출연하는 것으로 해석될 뿐, 다수의견처럼 ‘출연자와 출연 직후 특수관계에 있지 않게 되 는 내국법인’이라고 해석할 수 없고, 출연자가 자기 손에 있던 주식을 내어놓음으로써 곧바로 자신이 최대주주가 된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②번 쟁점에 대해서도 ‘출연하여 설립한’의 의미는 출연에 중점을 두어 특수관계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한 것이고, 다 수의견처럼 ‘설립과정에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 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소수의견도 입법론으로는 기부문화의 장려를 위하여 주식 출연 시에 곧바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 법인이 탈법적 지배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 사후적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 다. 그러나 이를 다수의견과 같이 문언을 벗어나는 해석론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 요지를 간략하게만 소개하였으나, 실제 판결문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치열한 법리 다툼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는 다수의견이 법리 검토 이전에 이 사건 과세가 조세정의에 반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전제하고 다소 법문의 한계를 벗어나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9), 양측의 수많은 논거들과 반 박, 재반박을 살펴보면 다수의견 역시도 결코 ‘부당한 과세를 취소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니 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애초에 이 글은 위 판결의 법리적 정합성에 대한 자세한 평석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흔히들 말하는 조세법 률주의와 그로부터 파생된 조세법규 엄격해석의 원칙이 절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법률 해석의 최고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대법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에게조차 조세법규의 엄격해석과 합목적적 해석은 지 극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조세법에서 엄격해석의 원칙만을 철저하게 관철시키다 보면 많은 조세분쟁이 입법미비 내지 입법오류로 귀결되고 입법 자의 의도나 조세정의, 조세평등과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합목적 적 해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교차로 사건에서 법원은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납세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평할 수 있겠으 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취ㆍ등록세가 감면되는 ‘개인 간의 유상거래’에 ‘경매에 의한 취득’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던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7두4438 판결의 경우 입법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경매’는 ‘개인 간의 유상거래’에 포함되지 않는 다고 판시하여 납세자가 패소한 사건이다. 경매에 의한 취득에 대해서까지 취ㆍ등록세를 감면해줄 필요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배경은 이해 가능하나, 경매의 법적 성질이 사법상 매매의 일 종이라는 것이 다수설과 판례라는 점에서 법문언의 한계를 넘는 축소해석이 아니었나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과세관청도 어떤 경우에는 취지상 비과세가 맞지만 법에 정하여져 있어서 과세할 수밖에 없다며 엄격해석의 원칙을 과 세근거로 내세우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세법의 개정 연혁이나 입법자의 의도, 법의 취지 등을 근거로 법령에 다소 미 비한 점이 있더라도 취지에 맞게 해석하여야 한다며 합목적적 해석을 과세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도 마찬가지인 것은 물론이다.

 

다만, 조세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엄격해석과 합목적적 해석은 결코 대등한 두 가지 해석방법일 수 없다. 어디까지나 엄격 해석의 원칙이 대전제가 되는 것이고, 법문 그대로만 해석하였을 때 그 결과가 조세정의에 반하여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것일 때에 이르러서야 아주 예외적으로 합목적적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용인할 수 없 는 조세정의’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세액의 다과(多寡)만을 고려한다거나 ‘국고에 이익이 되는 것이 곧 조세정 의’라는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에 덧붙여, 기본적으로는 조세법규에 모호함이 있다면, 납세자의 이익을 위하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10).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는 형사소송의 대원칙11)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세의 부과에 있어서도, 조세법령을 최대한 명확하게 규정할 의무가 있는 것은 국회와 정부인데, 납세자로서는 본인들 의 귀책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게 규정된 세법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모두 사전 예측하여 완벽하게 법령에 규정할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 불확정 개념과 포괄적 규 정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재판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나, 명백하게 국가가 책무를 방기하여 모호하거나 일 부 흠결된 상태로 입법이 된 경우라면, 그러한 잘못으로 인한 위험은 국가가 부담해야 마땅하다.

 

그러한 점에서 ‘○○교차로’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법리적으로도 치밀한 근거를 갖추고 있으면서 도, 취지에 맞게 규정되지 못한 법령의 미비함을 합목적적 해석을 통해 극복하고 납세자의 이익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 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보여진다.

 

1) 친족인 특수관계자가 출연한 주식까지 합산한다.

2) 대법원 2017. 4. 20. 선고 2011두21447 전원합의체 판결

3) 상증세법에서는 ‘내국법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회사’로 칭한다.

4) 이후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을 장려하기 위하여 성실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은 10%까지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며, 출연받 은 성실공익법인이 자선, 장학,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고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는 20%까지 증여세가 부과되 지 않도록 기준이 완화되었다.

5)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1항, 제16조 제2항 단서 “다만, 제49조 제1항 각호 외의 부분 단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9조의 규정에 의한 상호출자제 한기업집단(이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라 한다)과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하는 공익법인등에 당해 공익법인등의 출연자와 특수관 계에 있지 아니하는 내국법인의 주식등을 출연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6)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3조 제4항

7)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4호

8)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17. 12. 6. 선고 2017누154 판결에서 그와 같이 판시하였다.

9) 특히 ①번 쟁점을 ‘주식이 출연된 후’ 최대주주로 해석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떠나 법의 문구만 보아서는 자연스러운 해석으로 보기 어 렵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

10) in dubio contra fiscum: 의심스러울 때는 국고의 불이익으로

11) in dubio pro reo: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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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Opinion

법무법인 정안 박소연 변호사 2017년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 하나가 선고되었다. 생활정보지 ‘○○교차로’를 발행하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교차로 주식의 90%1)를 포함하여 약 180억 원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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