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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Opinion] 조세범죄와 횡령ㆍ배임

by 삼일아이닷컴 2021. 7. 22.

 

법무법인 정안 강정호 변호사

※ 참고도서: <세금풍경>, 법무법인 정안, 삼일인포마인

 

횡령ㆍ배임, 경영자를 따라 다니는 그림자

“경영자는 교도소 담장을 걸어가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까딱 잘못하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왜 범죄가 될까? 횡령ㆍ배임죄 때문이다. 횡령ㆍ배임, 그리고 조세포탈(탈세)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마치 경제범죄 3종 세트처럼 함께 문제가 된다. 특별히 나쁜 짓 하지 않고 열심히 사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교도소 담장 안으로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면, 십중팔구 횡령ㆍ배임이 그 원인이 된다.

횡령ㆍ배임은 마치 쌍둥이처럼 형법에도 한 조문에 나란히 있고, 형량도 동일하며, 실제 형사사건에서도 그 구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굳이 구별을 하자면 횡령은 남에게 부탁받은 “재물”을 슬쩍 내 주머니로 넣은 범죄이고, 배임은 남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슬쩍 사용해서 재산상 이익을 얻은 범죄이다. 눈에 보이는 “재물”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이익”이든 결국 화폐단위로 측정되기 때문에 사실 구별의 큰 실익은 없다고 할 것이다.

일반인은 남에게 “재물”의 보관을 부탁받거나, 남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을 일이 많지 않아서 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 개인사업자도 자기 재물을 소유하고 자기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횡령ㆍ배임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자에게 횡령ㆍ배임은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 온다. 경영자는 회사로부터 “재물”을 부탁받고, 회사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창업했고 내가 주주인 회사라 하더라도 나와 회사는 서로 다른 인격체이다. 마치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인격체인 것과 같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르게 된다.

회사 경영자에게 단순한 횡령ㆍ배임죄만 적용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회사 경영자의 행위는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량이 더 높은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 그뿐만 아니다. 횡령ㆍ배임으로 인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이득액이라 하는데,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무시무시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된다. 보통의 형량은 벌금 또는 징역 중 선택하도록 되어 있지만,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면 무조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그리고 법관의 재량에 따라 벌금이 병과(倂科)될 수 있다. 하나의 범죄로 징역형과 벌금형이 동시에 선고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영자의 횡령ㆍ배임은 세무조사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문제이다. 세무공무원이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공무원은 그 직무를 수행하다가 범죄가 있다고 생각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할 의무가 있다(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 가공의 비용을 장부에 올려서 회사의 현금을 빼가거나, 매출을 누락하고 현금을 회사 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경우에는 조세포탈이나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죄 같은 조세범죄도 문제가 되지만, 횡령ㆍ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다. 물론 회계처리만으로 횡령ㆍ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 경영자의 고의적인 횡령ㆍ배임 행위에는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경영자가 회계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횡령ㆍ배임의 흔한 예 (1) 가공비용

가공비용은 실제 비용의 부담이 없었는데도 마치 부담한 것처럼 가공으로 꾸며 회계처리한 비용을 말한다. 급여, 자문료, 지급수수료 등 그 명목은 다양하고, 어느 비용이든 가능하다. 회사 실적만 놓고 본다면 수익(매출)이 많고 비용이 적어야 이익이 나기 때문에 굳이 허위로 가공비용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가공비용의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세금은 세무상 이익(=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한 세액을 내기 때문에, 가공비용으로 세무상 이익을 줄이면 세금도 줄어든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고의로 가공비용을 회계처리하였다면 형사상 조세포탈(탈세)죄로 처벌된다.1)

가공비용이 조세포탈뿐 아니라 횡령ㆍ배임죄와도 연결되는 이유는 바로 현금이다. 현금은 재산 중에서 가장 횡령하기 쉬운 재물일 뿐만 아니라, 가공비용을 회계처리하면 그 상대 계정은 대부분 현금의 지출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가공비용이더라도 그에 따른 현금 지출은 진짜 비용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법인 계좌에서 정상적으로 출금된다. 따라서 출금된 그 현금이 어디로 갔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횡령ㆍ배임의 유죄 여부가 판가름 난다.

조금 오래된 판례이기는 하지만, 가공비용으로 인한 횡령죄에 대하여 잘 살펴볼 수 있는 사례라 생각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5459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5년 동안 피고인이 사실상 경영하는 회사들의 회계장부에 합계 33억 원의 허위 비용을 회계처리하였고, 이를 인출하여 자신의 계좌에 보관하고 있다가 모두 사용한 사실로 횡령 및 법인세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 및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되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검찰 수사 단계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줄곧 횡령액 33억 원 중에서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된 예금 13억 원은 회사 직원들에게 주기 위한 퇴직적립금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법인 명의로 하지 않고 개인 명의로 한 것은 높은 특별우대금리를 적용받기 위함이었고, 어차피 회사 직원들의 퇴직금은 실질적으로는 경영자인 본인이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며, 실제로도 비록 수사가 개시된 이후이긴 하였지만 자신의 예금을 다시 회사 직원들에게 나누어 돌려주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하급심들과 달리 피고인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적어도 13억 원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횡령액에서 제외하여 주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횡령액에서 제외된 13억 원에 대하여 조세포탈죄는 여전히 유죄로 보았다. 법인세법은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되는 항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가공비용으로 출금된 현금이 회사의 사업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라면 조세포탈죄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인세법상 퇴직금이 손금으로 인정되려면 직원이 현실적으로 퇴직하여 그로 인한 퇴직금이 실제 지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경영자가 직원들 퇴직금을 주려는 목적으로 자신 명의의 예금으로 보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없으며, 따라서 조세포탈죄는 유죄로 인정되었다.

그러면 횡령죄가 조세포탈죄보다 피고인에게 더 유리할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죄의 액수로만 놓고 본다면 13억 원 그 자체를 범죄액으로 보는 횡령죄가 13억 원에 세율(대략 20%)을 곱한 세액을 범죄액으로 보는 조세포탈보다 더 무거운 범죄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횡령액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진정성에 자신이 있다면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하는 것이 조세포탈을 부인하는 것보다 더 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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