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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전문가 칼럼] 기준금리 인하는 언제 가능할까?

by 삼일아이닷컴 2023. 9. 13.

 

잭슨홀 미팅과 기준금리

8월 잭슨홀 미팅이 끝났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 연준의 임무라 했다. 2% 물가 목표(인플레이션 타케팅)’를 고수했다. 매파적 기조가 유지됐고 금리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이던 9.1%에서 3%대로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금리 인상 1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기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도달한 상태란 점이다.

기준금리가 왜 중요할까? 기준금리는 우선 콜금리에 영향을 준다. 콜금리는 금융기관 간 일시적인 자금의 과부족(過不足)을 조정하는 초단기금리를 말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에 따라 금융기관과 자금거래를 한다. 이는 금융기관 간에, 금융기관과 기업이나 가계 간의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단기 시장금리에 영향을 준다. 다시 장기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 조정이 단기시장금리, 장기시장금리, 은행 예금과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각종 금리 간에 비정상적인 차이가 발생할 경우 자금공급자나 수요자가 모두 더 유리한 조건을 찾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기시장금리가 크게 상승한다고 하자. 자금공급자는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려하고 자금수요자는 장기로 차입하려 한다. 이 경우 장기자금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커진다. 그 결과 장기시장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장기시장금리나 은행 예금이나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단기시장금리 외에 경기, 물가 전망, 은행의 영업 전략에 영향을 받기에 기준금리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내려도 금융사에서 돈을 거두거나 풀지 않으면 금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채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해서 시장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적정 기준 금리는 어떻게 산출될까? 이에 대한 공식으로 대표적인 게 ‘테일러 준칙’이다. 테일러 준칙은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1993년 제안한 통화정책 준칙이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적정 기준금리=균형 실질이자율+물가상승률+0.5×(인플레이션 갭)+0.5×(국내총생산 갭)

간단히 말해 중앙은행은 물가와 경제성장률(고용)을 고려해서 기준금리를 정한다는 말이다. 테일러 준칙을 사용할 경우 재정정책의 변화, 환율, 실업률, 글로벌 잠재성장률 추세 변동, 신용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 등을 고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 근원물가상승률, GDP 디플레이터(국내에서 생산한 모든 재화를 대상으로 가격상승을 가중 평균한 지표) 중 어느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적정 기준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여하튼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고용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논란

높은 청년 실업률과 경기 침체 논란 속에서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모두 마이너스인 중국 인민은행은 8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인하했다. 일본은 기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 경기를 끌어 올리고 침체된 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중 수출 감소와 위안화 약세 속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결정에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차례에서 걸쳐 0.5%이던 기준금리를 3.5%까지 3%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2월, 4월, 5월, 7월, 8월까지 5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우리와 미국 간의 기준금리 격차와 이에 따른 원화 절하(환율 상승) 압력,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도 금리 동결의 사유로 회자된다. 이 와중에 계절 요인이나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을 제외하여 산출하는 ‘근원물가’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인 4.5%로 상승했다. 7월만 보면 3.3% 상승인데 한국은행은 올해 근원물가상승률을 3.3%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경기 침체 와중에 물가불안이 잠복해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금리인상의 한가운데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국가가 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올해 4차례(4개월 새 최대 2.5%p)의 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과 가계를 지원해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는 4%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경제성장률이 12년 중 최저치를 기록하자 발생한 일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인도중앙은행이 올해 4분기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인도 역시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4%(±2%를 허용치)로 설정하고 있다. 문제는 7월 물가상승률이 7.44%대라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3.75%에서 0.5%포인트 인하했다. 당초 시장은 브라질이 3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를 0.25%포인트로 시작할 것으로 점쳤지만 관측을 뛰어넘었다. 브라질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4월 전년 동기 대비 12.1%에 달했지만 7월 3.99%로 내렸다. 브라질에 앞서 7월 칠레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1.25%에서 10.25%로 1%포인트 낮췄다. 14년 만의 최대 인하 폭이다. 칠레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은 전년 동기 대비 6.5%로 직전 최고치인 지난해 8월(14.1%)의 반 토막 이하 수준으로 꺾였다. 다만 칠레 중앙은행의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3.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이미 지난 4월 기준금리를 0.25% 인하한 데 이어 7월에 추가로 0.5%p 인하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10.75%로 떨어졌다. 이들 국가의 물가불안은 여전하나 금리인하가 가계의 고통과 성장에 대한 배려로 해석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남미 지역의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이지만 꾸준하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정책 선회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연준 피봇(기준 금리 인하로 전화)의 가능성이 중요

이런 가운데 앞으로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고통이 상당할 것이란 기사가 등장했다. 영란 은행이 2026년까지 기준 금리를 3%로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현재의 5.25%보다 상당한 하락이 될 것이지만, 여전히 로켓처럼 상승하고 깃털처럼 하락하는 금리 수준을 보여준다. 영란은행은 2021년 12월 0.1%를 기록한 이후 1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여전히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7월까지 12개월 동안 6.8%로 떨어졌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할 수 있다. 6월까지 지난 3개월 동안 민간 부문의 연간 임금 증가율은 8.2%로 팬데믹 기간을 제외할 경우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공 부문의 경우에는 6.2%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준 금리 인상이 예측되었던 호주의 경우 분기별 임금 상승률이 완화되고 있어 호주 중앙은행이 9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한다. 2분기(2023.4~6) 연 임금상승률이 3.6%로 1분기(2023.1~3)의 3.7%에 비해 0.1%p 떨어졌다. 연 임금상승률 3.6%은 지난 10년 동안 최고 수준에 가깝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물가-임금 연쇄 상승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 중앙은행이든 선진국 주요 중앙은행이든 연준만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향후 1년 동안 어떻게 발전하고 연준이 이에 대응하여 무엇을 하는지가 향후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집값은 상승세이나 코로나 팬데믹 때 쌓인 가계 저축은 바닥나고 있다. 힘든 미국 가계의 소비품 절도 기사가 연일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미국 가계도 상당히 힘든 상황에 빠져 들고 있다. 소비자 신뢰 지수는 7월의 114.8에서 8월 106.1로 하락했다. 이는 116.0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치와 반대되는 수치다. 소득, 사업 및 노동 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기반으로 한 기대 지수는 8월에 80.2로 하락하며 7월의 급격한 상승세(88.0)를 반전시켰다. 세상이 여전히 미국 경제와 연준의 선택에 좌우되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 가계 역시 굉장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결단이 기대된다. 경제의 고통이 심하다면 물가보다 금리가 높은 국가의 경우(실질 금리 +)에는 금리 인하를 결정할 여지는 생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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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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