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이중교"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들어가며
2025년 7월 31일 기획재정부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올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2025. 6. 3.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이재명 정부가 새로 출범함에 따라 일정상 세제개편안의 발표가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세제실이 속도전을 벌여 예년과 비슷한 시기인 7월말에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세제개편안은 이전 정부의 감세 기조에서 벗어나 증세로 전환하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복지확대 및 국가간 산업경쟁의 격화 등으로 재정지출 수요는 증대하는 반면, 경기둔화 및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국가 세수는 줄어드는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 세입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으므로 부동산 세제의 내용이 빠진 것은 예견되었던 일이나, 세금 완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속세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
방대한 세제개편안의 내용을 일일이 소개하기는 어려우므로 그 중 논란의 중심에 있는 4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주요내용을 소개하고 평가해보기로 한다.
2. 세제개편안의 주요내용 및 평가
가. 법인세율, 증권거래세율, 교육세의 인상
법인세 과세구간별로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여 기존 9%, 19%, 21%, 24%의 세율이 각각 10%, 20%, 22%, 25%로 오른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증권거래세율을 0.0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코스피 시장은 0%에서 0.05%로, 코스닥 시장은 0.15%에서 0.20%로 오른다. 금융·보험업 기업의 교육세는 수익금액 1조원 초과구간을 신설함에 따라 이 구간의 교육세율이 기존 0.5%에서 1%로 오른다.
법인세율 인상은 윤석열 정부가 2023년 과세구간별로 1%포인트 인하했던 것을 그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는 의미를 갖는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본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연계하여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왔으나,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증권거래세를 다시 2023년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세율 인상은 최근 몆년간 은행의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하였고,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놀이’를 경고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법인세율 인상은 항상 논쟁거리이다. 법인세율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국가 세수를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려 국가 세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세계 각국도 경제상황 및 재정여견 등에 따라 조세정책을 운용하므로 증세 또는 감세 중 어느 한 방향을 글로벌트렌드라고 단정할 수 없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오스트리아는 25%였던 법인세율을 2023년 24%, 2024년 23%로 낮춘 반면, 영국은 19%였던 법인세율을 2023년 25%로 올렸다. 경제계는 미국발 관세 여파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까지 더해지면 기업의 활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만큼 정부는 세금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법인세율 조정과 별개로 법인세율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으로 법인세율은 단일세율로 통합되는 추세임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4단계의 세율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법인소득은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귀착되어 과세되고 그 성격상 누진세와 어울리지 않으므로 향후 단일세율 또는 2단계 세율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한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 완화의 주식시장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이나,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감세로 조세형평성을 저해하므로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2017년말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였으나 주가가 상승하였고, 2023년말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였으나 주가가 하락한 점, 대주주 기준 조정과 연말 대주주 기준을 회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의 매도 사이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 날인 8월 1일 코스피지수는 3.88%, 코스닥지수는 4.03% 급락하여 대주주 기준 조정과 주가의 상관성을 부인하는 정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대주주 기준 강화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국회청원 인원이 단 3일만에 10만명에 이를 정도로 반대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 강화는 이론적으로는 타당하다. 대주주 기준 강화는 주식양도소득의 범위를 넓혀서 부동산 양도소득,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의 과세불평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혁적으로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 과세는 1999년 도입되어 2023년말 반짝 대주주 기준을 완화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주주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여 과세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였다. 이번 대주주 기준 강화는 2023년말 이전으로 대주주 기준을 환원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정부가 선한 의도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항상 선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정책의 타이밍이 적절한지는 되새겨볼 문제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상승하여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코스피 5000’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주주 기준의 강화가 자칫 정책의 엇박자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대주주’라는 용어가 국민들의 오해와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용어의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대주주는 사전적으로는 기업의 주식을 많이 소유한 주주라는 의미로서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최대주주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주식을 소유해야 대주주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10억원 또는 50억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우므로 양도소득 과세기준이 되는 대주주는 일반인들의 인식하는 대주주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대주주보다는 ‘특정주주’ 또는 ‘고액주주’ 등 다른 용어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고배당 상장법인으로부터 개인이 배당받은 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 과세에서 제외하여 14%, 20%, 35%의 3단계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배당성향이 낮은 편이고 이러한 낮은 배당성향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배당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상 인센티브를 마련하여 국민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하여는 2가지 정반대의 시각이 대립한다. 반대론자들은 제도의 수혜자가 고소득자들이므로 ‘부자감세’의 일종으로서 조세형평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찬성론자들은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이 제도는 과세형평성과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배당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고소득자들인데, 이들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지 않으면 배당의 증가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제혜택은 불가피하다. 그동안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하여는 20%대의 단일세율, 최고세율 20%대의 3단계 세율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었으나, 정부가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의식하여 최고세율 35%의 3단계 세율로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이 첨예하게 견해가 대립하는 제도는 도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우선 제도의 도입에 의의를 둘 수 있다. 그 후 분리과세 요건 및 세율 조정 등의 사항은 제도의 효과 및 반응을 보아가면서 점차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라. 개인주주에 대한 자본준비금 감액배당 과세 신설
개편안의 내용은 자본준비금을 감액하여 개인주주에게 배당하는 경우에도 배당액이 주식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에 대하여 배당소득세를 과세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자본준비금의 감액배당은 자본의 환급이라고 보아 원칙적으로 과세하지 않되, 법인주주에 한하여 주식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주주들이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을 하면 개인주주에게 비과세되는 점을 이용하여 거액의 조세를 회피하는 사안이 발생하자 정부는 개인주주에게도 배당액 중 주식 취득가액 초과분에 대하여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법인주주와 달리 개인주주에게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에 대하여 비과세한 것은 개인주주의 경우 개별 취득가액을 파악하기 곤란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조세회피가 발생하자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개인주주에게도 과세하되, 집행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우선 대주주만 적용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이해된다.
마치며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 중에는 법률 개정사항과 시행령 개정사항이 혼재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9월에 법률개정사항을 반영한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다음 해 2월경 시행령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내용이 세법개정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법률개정사항은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내용 중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은 국회에서 다시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여론의 추이에 따라 내용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관심을 가지고 국회의 입법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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