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5. 11. 20. 선고 2025두33652 판결 [부작위위법확인 등 청구의 소]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이전오 교수"
강남대학교 특임교수 / 기획재정부 / 세제발전심의위원장
증여세 신고ㆍ납부를 하였음에도 과세관청이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ㆍ통지를 하지 않은 증여세 부분에 관하여 과세처분 부존재확인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이전오 교수
사실관계
사안의 개요
가. 원고의 지위
원고는 보석, 시계, 핸드백 등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공동대표이사로서 2010. 8. 20. 기준으로 위 회사의 주식 355,355주(지분 2.48%)를 소유한 대주주이다.
나. 신주인수권 취득과 증여세 신고ㆍ납부
(1) 이 사건 회사는 2010. 8. 20. 권면총액 40억 원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10억 원권 총 4매)를 발행하였고 같은 날 소외 1 회사가 이를 전부 취득하였다. 같은 날 원고는 소외 1 회사로부터 위 40억 원 중 32억 원 상당의 신주인수권증권을 사채권과 분리하여 취득하였고, 2012. 10. 31. 원고의 지분율을 초과하여 신주인수권증권을 인수함에 따라 얻은 이익에 대하여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0조 제1항 제1호 (나)목의 규정을 적용하여 산출한 증여세 154,370,720원을 신고ㆍ납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1신고’라 한다).
(2) 이후 원고는 2011. 12. 9.부터 2013. 12. 3.까지 4차례에 걸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권면총액 28억 5,000만 원에 상당하는 신주를 인수하였고, 주식전환 등에 따른 이익(이하 ‘이 사건 전환이익’이라 한다)에 대하여 2011. 12. 9. 자 및 2012. 7. 10. 자 각 증여분 증여세 494,836,783원을 2012. 10. 31.에, 2013. 3. 25. 자 증여분 증여세 659,948,768원을 2013. 6. 30.에, 2013. 12. 3. 자 증여분 증여세 191,001,146원을 2014. 3. 31.에 각 신고ㆍ납부하였다(이하 2011. 12. 9. 자 증여분에 대한 신고를 ‘이 사건 제2신고’, 2012. 7. 10. 자 증여분에 대한 신고를 ‘이 사건 제3신고’라 한다).
다. 신주인수권증권 양도와 양도소득세 신고ㆍ납부
원고는 2013. 1. 17. 소외 2 회사에 나머지 권면총액 3억 5,000만 원(=32억 원 - 28억 5,000만 원) 상당의 신주인수권증권을 양도하였고, 그 양도차익(이하 ‘이 사건 양도차익’이라 한다)에 대하여 양도소득세 122,013,012원을 신고ㆍ납부하였다.
라. 증여세 부과처분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양도차익 중 원고의 지분율 초과인수로 인한 이익이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 (나)목에 따른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가 신고한 양도소득세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2018. 9. 1. 원고에게 ① 2013. 1. 17. 자 증여분 증여세 642,886,240원(=총결정세액 764,899,252원 - 신고ㆍ납부한 양도소득세 122,013,012원) 및 ② 1년 이내 재차 증여합산가액 재계산분 2013. 3. 25. 자 증여분 증여세 182,295,220원(=총결정세액 842,243,994원 - 자진납부세액 659,948,768원), ③ 2013. 12. 3. 자 증여분 증여세 (-)60,026,520원(=총결정세액 130,974,622원 - 자진납부세액 191,001,146원)을 각 경정ㆍ고지하였다.
마. 증여세 부과처분의 취소
(1) 원고는 2013. 1. 17. 자 증여분 증여세 642,886,240원 및 2013. 3. 25. 자 증여분 증여세 182,295,220원의 부과처분에 불복하여 2018. 11. 30.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는데, 조세심판원은 2020. 3. 10. ‘2013. 1. 17. 자 증여분 증여세 642,886,240원 중 신고불성실가산세 93,840,531원 부분을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그 무렵 신고불성실가산세 93,840,531원을 원고에게 환급하기로 결정하였다.
(2) 원고는 위와 같이 일부 취소되고 남은 2018. 9. 1. 자 각 증여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21. 3. 26.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 판결은 2021. 4. 17.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는 2021. 4. 27. 확정판결에 따라 2013. 1. 17. 자 증여분 증여세 나머지 549,045,709원, 2013. 3. 25. 자 증여분 증여세 182,295,220원의 각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2013. 12. 3. 자 증여분 증여세 60,026,520원의 증액경정을 하였다.
바. 소송의 경과
(1) 원고는 제1심에서, 주위적으로 이 사건 제1 내지 3신고, 2013. 3. 25. 자 증여분에 대한 2013. 6. 30. 자 증여세 신고, 2013. 12. 3. 자 증여분에 대한 2014. 3. 31. 자 증여세 신고에 대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하지 아니한 피고의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위 각 신고에 대하여 피고의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의 통지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제1심은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 중 이 사건 제1 내지 3신고에 대하여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의 통지가 부존재함을 확인하고,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원고와 피고는 제1심판결 중 각자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는데, 원심은 제1심판결 중 처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에 해당하는 소를 각하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원고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쟁점
조세채무의 확정방식에는 신고납세방식, 부과과세방식, 자동확정방식이 있다. 상속세ㆍ증여세와 같은 부과과세방식 조세에서는 해당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가 결정하는 때에 조세채무(납세의무)가 확정된다(국세기본법 제22조 제3항). 이 사건 납세자인 원고의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는 증여세 납세의무를 확정시키는 효력은 없고 단지 협력의무로서의 신고에 불과하며, 증여세 납세의무는 과세권자인 관할 세무서장(피고)이 납세자의 신고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고(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6조 제1항), 수증자(원고)에게 그 과세표준과 세액을 통지한 때에 확정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7조 제1항).
그런데, 과세실무에서는 예전부터, 납세자의 신고내용이 정확하다고 인정되면 과세권자는 그에 따른 세액만 납부받을 뿐, 따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하여 통지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왔고 이 사건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잘못이고, 과세권자의 통지가 없는 이상 해당 상속세나 증여세는 확정되지 않으므로 과세권자는 세액을 징수할 권한이 없다고 보아야 하고, 그렇다면 납세자가 납부한 세액(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0조)은 원인 없이 국가에 지급한 금원이 되어 버린다. 즉, 국가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결과가 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 증여세 부과제척기간(10년)이 지난 후에 원고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에 행정소송의 일종인 부작위위법확인청구 또는 부존재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민사소송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민사소송 대신에 행정소송의 일종인 부작위위법확인청구 또는 부존재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허용되는가 하는 점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판결요지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 등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별도로 ‘무효 등 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유ㆍ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이러한 법리는 행정소송법 제4조 제2호에 따른 ‘무효 등 확인소송’의 유형에 속하는 행정청의 처분 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소송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평석
(1) 주위적 청구인 부작위위법확인의 소의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있은 이후 당사자에게 생긴 사정의 변화로 인하여 위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종국적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ㆍ구제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그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두4750 판결 참조).
이 사건 제1 내지 3신고에 대해서는 이미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함으로써 현 시점에 이르러 과세권자인 피고가 더 이상 어떠한 처분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 내지 3신고에 대한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을 하지 아니한 피고의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받더라도 이로써 원고가 종국적으로 피고로부터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구제받기는 불가능하게 되어 그 부작위위법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상실되었다 할 것이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피고가 원고가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거부하더라도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의 통지, 즉 과세처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이 분쟁해결에 직접적이고 유효ㆍ적절한 방법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원심은 이를 부정하였고 대법원은 긍정하였다.
대법원은 일찍이 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행정소송 중 무효확인 소송에 보충성은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요컨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그 대신에 행정소송의 일종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여도 된다는 것이다.
(3) 행정소송법 제4조 제2호는 ‘무효 등 확인소송’의 유형에 무효확인소송뿐만 아니라 부존재확인소송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부존재확인소송의 경우에도 보충성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이 타당하고,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이 사건 제1 내지 3 신고를 하였으나 피고에게서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ㆍ통지받지 못하였고, 이로써 이 사건 제1 내지 3신고에 관한 원고의 증여세 납세의무는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도록 끝내 확정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신고 당시 납부된 세액은 아직까지 자발적으로 환급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원고는 피고에게서 위 세액 상당의 환급금을 반환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는 이 사건 제1 내지 3신고와 관련하여 피고의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결정의 통지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처분부존재확인 소송에 보충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원고가 설령 나중에 별도의 민사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으로 위 세액 상당의 환급금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과세권자는, 대상판결이 파기자판 형식으로 원고의 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한 이상, 원고로 하여금 다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원고가 납부한 세액을 즉시 반환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과세,처분 부존재확인소송에도 무효확인소송처럼 보충성 요건이 필요 없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밝혔고, 상속세ㆍ증여세 등에서의 잘못된 과세관행에 경종을 울린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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