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순 회장
현. 한국회계학회 회장(43대), 동국대 김갑순 교수
김갑순 교수는 제43대 한국회계학회 회장으로서 학회를 이끌며 회계기본법 논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AI와 회계 등 한국 회계학의 주요 현안의 방향을 제시했다.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학계와 정책 현장을 잇는 연구와 제도 논의를 통해 회계의 공공성과 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김갑순 한국회계학회 회장님 안녕하세요. 바쁘신 일정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그리고 한국세무학회 회장 등 공공 및 학술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오셨습니다. 회장님을 지금의 위치로 이끌어온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돌이켜 보면 제가 회계학의 길에 들어서고, 교수로서 또 한국세무학회와 한국회계학회 회장이라는 직분을 맡아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세 분의 은사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문적 선택의 순간마다, 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그분들의 가르침은 제 삶의 기준이 되어 주었습니다.
첫 번째 은사님은 서울대학교 윤석철 교수님이십니다. 학부 시절 윤 교수님은 ‘서울대가 낳은 3대 천재’라는 수식어답게 인문학과 자연과학, 공학과 경영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깊이 있는 강의로 학생들을 압도하셨고, 저 역시 늘 큰 경외심을 가지고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4학년 때 지도교수로 가까이에서 뵙게 된 윤 교수님은 전혀 다른 모습의 분이셨습니다. 아버지처럼 자애롭고 따뜻한 분이셨고, 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며 조교로서 저서 집필을 도와드리는 동안 학문 이상의 사랑과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저는 어떤 자리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과 태도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은사님은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이신 서울대학교 이정호 교수님이십니다. 이 교수님은 우리나라 회계학 교육을 단순한 부기의 차원을 넘어 현대 회계학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신 분입니다. 학부 시절 강의를 통해 뵌 인연을 넘어, 1995년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비로소 가까이에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그해 이 교수님께서 한국경영학회 회장으로 학회를 이끄셨고, 저는 학회 조교로서 교수님을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교수님은 투명한 회계정보가 기업의 거래와 주주, 경영자, 채권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근간이라는 철학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지금도 제자들과의 자리에서 그 철학을 반복해 일깨워 주십니다. 또한 회계학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에 대한 교수님의 문제의식은 제가 회계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회적 제도로 바라보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 은사님은 서울대학교 곽수근 교수님이십니다. 곽 교수님은 학자로서의 업적뿐 아니라, 대학에 있는 제자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를 삶으로 보여주신 분입니다. 교수님께서는 늘 “어려운 선택이 있다면, 내가 조금 더 힘든 선택을 하는 것이 정답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가르침을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그 말씀을 떠올리며 내린 선택에 대해 후회하거나 결과가 더 나빴던 적은 없었습니다. 한국회계학회 회장 선거에 도전할 용기를 낸 것, 그리고 처음의 낙선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가르침 덕분이었습니다.
이제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저의 오늘은 이 세 분 은사님의 가르침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학문을 대하는 태도, 공공성과 윤리에 대한 인식, 그리고 어려운 길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까지, 그분들로부터 받은 가르침이 제가 걸어온 길의 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회계학이 사회의 신뢰를 지탱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는 데 작은 역할이나마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2024년 7월 1일, 한국회계학회 제43대 회장으로 취임하셨고, 2025년 12월 31일 임기를 마치게 되셨습니다. 임기 18개월 동안 한국회계학회에 많은 사업과 행사를 치르셨는데요.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 18개월의 임기를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성취감보다는 감사의 마음입니다. 회장으로서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만으로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각 위원회에서 묵묵히 역할을 맡아 주신 임원진과 위원님들, 학회 활동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신 많은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회장으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했을 뿐, 실제로 학회를 움직인 힘은 회원 여러분의 집단적 지성과 책임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성과를 하나씩 떠올려 보면, 먼저 회계법제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회계기본법의 필요성과 도입 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하나의 법안 틀로 정리해 제시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회계는 그 중요성에 비해 제도적 논의가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회계를 국가 전체의 회계 질서와 공공성을 뒷받침하는 기본 인프라로 바라보고, 영리·비영리·공공 부문을 아우르는 회계기본법의 필요성을 학문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이는 당장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향후 정책 논의와 제도 설계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특별위원회의 활동 역시 임기 동안 큰 보람을 느꼈던 부분입니다. 산하의 지속가능성연구·교육위원회와 지속가능성인증위원회를 통해 지속가능성 연구와 교육의 방향을 정리하고, 나아가 인증 제도의 법제화 필요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이제 회계의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학계가 선제적으로 연구·교육·제도 논의를 연결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임기를 통해 그 논의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일은 AI와 회계위원회를 신설한 것입니다. AI가 회계 연구와 교육, 실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이나 기대 속에 논의가 흩어지기 쉬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학회 차원에서 보다 차분하고 구조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고, 회계학이 미래 환경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임기 중 가장 큰 보람이자 오래 기억에 남을 성과는 2025년 10월에 출간된 「회계학연구」 제50권 제5호, ‘우리 회계학 연구의 진단과 전망’ 특집호를 발간한 일입니다. 이 특집호는 재무회계, 관리회계, 세무회계, 회계정보시스템, 지속가능성 등 회계학의 주요 전 분야에 걸쳐 지난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총 7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분야의 연구 흐름과 축적된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과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정리된 이 특집호는 국내 학문 후속 세대에게 매우 귀중한 학문적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 회계학 전 분야를 아우르며 체계적으로 연구 성과를 정리한 시도는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고, 상당한 시간과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 후원기관과,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깊이 있는 논문을 집필해 주신 저자 여러분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 특집호가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회장으로서 이 성과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었다는 점을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 특집호가 앞으로 한국 회계학의 연구 방향을 점검하고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회계학 현주소에 대해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현재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요 주제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회계학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연구의 저변과 주제의 외연은 크게 확장되었지만, 그 성과가 사회의 신뢰 회복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연결의 과제’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에 대한 대외 평가가 급격히 하락한 현실은, 지난 기간의 회계개혁이 제도 정비를 넘어 국민과 시장이 체감하는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묻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현재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를 살펴보면, 큰 흐름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감사품질과 시장신뢰의 회복입니다. 감사 수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감사보수가 하락하고, 그 결과 감사품질의 격차가 커지는 문제는 이제 구조적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소형 회계법인은 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고품질 감사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로 연결됩니다. 저는 제도적으로 감사보수의 현실화 유도, 감사품질을 평가·공개하는 품질등급제, 그리고 중소형 회계법인의 참여를 넓히는 공동감사 제도 보완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감사에는 정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제도는 비로소 실효성을 갖게 됩니다.
둘째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형식’에서 ‘실질’로의 전환입니다. 법과 절차가 갖춰져 있어도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면, 내부통제는 리스크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서류로 존재하는 체계’에 그치게 됩니다. 최근 사건들은 내부통제가 문서상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내부회계가 단순 결산 절차가 아니라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는 경영 도구로 작동해야 하고, AI 기반 분석과 실시간 모니터링 등 스마트 내부통제의 도입이 중요한 연구·정책 과제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회계의 1차 책임은 기업에 있다”는 책임 윤리가 조직 전반에 자리 잡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회계전문인력과 제도 운영의 지속가능성입니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처럼 인력 수급의 불균형은 매년 반복되는 논쟁이지만, 저는 단기적 시장 상황에 따라 선발 규모를 흔들기보다는, 공공과 민간의 회계투명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에서 중장기 인력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계기본법 시대에는 오히려 충분한 전문인력 기반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축 위에서, 앞으로 회계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회계학은 이제 “연구가 활발한가”를 넘어, 우리 기업과 시장에 축적된 지식이 무엇이고, 어디가 공백인지를 더 정교하게 진단해야 합니다. 학회가 발간한 ‘우리 회계학 연구의 진단과 전망’ 특집호는 재무회계·관리회계·세무회계·회계정보시스템·지속가능성 등 전 분야의 연구 문헌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후속세대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지식 지도’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이 한국 회계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라고 봅니다.
둘째, 정책 환경 변화 속에서 회계투명성과 상충되는 유인 설계는 경계해야 합니다. 예컨대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정책이 추진되더라도, 회계감사(예: 지정감사제)의 약화가 ‘인센티브’처럼 검토된다면 이는 단기 편의는 줄 수 있어도 결국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은 규제가 아니라 신뢰경제의 인프라라는 점에서, 가치 제고 정책 역시 회계투명성과 정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셋째, 회계의 역할은 재무보고를 넘어 지속가능성(ESG)과 비재무정보 검증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준의 도입 흐름 속에서, 한국은 제도 수용을 넘어 교육·인증·검증 체계를 어떻게 정합적으로 설계할지 답해야 합니다. 이는 학계가 연구와 교육, 실무를 연결해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계학계는 앞으로도 ‘기술’과 ‘윤리’, ‘제도’와 ‘현장’을 함께 다루는 학문으로서 신뢰의 언어를 설계하는 역할을 더 분명히 해야 합니다. 회계는 숫자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의 언어이자 신뢰의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회계학은 감사품질, 내부통제, 인력, 지속가능성, AI라는 핵심 이슈들을 서로 분리된 주제가 아니라 “신뢰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묶어, 더 깊이 있게 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그리고 비상장기업의 회계 투명성 제고는 우리 경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면 무엇일까요?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비상장기업의 회계 투명성 제고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내부 관리 수준을 높이는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직결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도적 장치는 상당 부분 정비되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담과 혼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기보다, 이미 마련된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고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먼저 감사제도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문제가 감사보수와 감사품질을 둘러싼 구조적 압박이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 수임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수는 낮아지고, 그 결과 감사품질의 편차가 커지는 상황은 기업과 시장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중견기업이나 비상장기업의 경우, 감사인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정보가 부족해 ‘가격 중심 선택’에 내몰리기 쉽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이 성실하게 회계를 운영하려 해도 제도의 뒷받침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감사보수의 현실화를 유도하고, 감사품질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는 환경이 조성될 때, 기업 역시 비용이 아니라 품질을 기준으로 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로 이어질 것입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역시 기업 입장에서 부담으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법과 절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인 점검과 문서 중심의 대응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의 여러 사례는 내부통제가 서류상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내부회계는 결산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기업의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을 일방적으로 지우기보다, AI 기반 분석이나 실시간 모니터링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단계적 도입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정책과 회계제도의 관계 역시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회계감사 제도의 완화가 인센티브처럼 검토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회계감사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기본 인프라입니다. 단기적인 부담 완화를 위해 이 인프라를 약화시키면, 결국 기업가치 제고의 토대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일수록 회계투명성과 정합성을 이루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지속가능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중견기업과 비상장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 중 하나는 회계와 감사, 공시에 관한 기준이 분산되어 있어 무엇을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회계기본법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법 제정 차원을 넘어, 국가 전체의 회계 질서를 보다 일관되고 이해하기 쉬운 체계로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리·비영리·공공 부문을 아우르는 기본 원칙이 마련된다면, 기업들은 보다 명확한 기준 아래에서 중장기적인 회계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회계전문인력과 관련해서도 단기적인 수급 조절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고자 해도,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과 역량이 부족하다면 제도는 형식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과 민간의 회계투명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환경에서는, 충분한 전문인력 기반과 함께 교육·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특히 중견기업과 비상장기업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결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제도, 시장 신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결과입니다. 앞으로의 정책적 지원은 기업을 단순히 규율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투명성을 스스로 구현할 수 있도록 실행 가능한 도구와 예측 가능한 제도 환경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접근이 쌓일 때, 회계 투명성은 부담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신뢰를 높이는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ESG 정보 공시나 내부회계관리제도 기준 정비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입니다. 회계 전문가로서 현행의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ESG 정보 공시와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지금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선택”이 아니라 신뢰를 지키기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저는 회계 전문가로서 두 이슈가 서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라, 결국 기업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방식을 재정의하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제도적 정비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적정 수준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도를 더 늘리는 것보다, 작동하도록 만드는 보완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ESG 정보 공시의 경우, 회계의 역할이 더 이상 재무제표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설명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실제로 ESG 회계와 비재무정보 공시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고, 사회적 가치 측정이나 인적자본 보고처럼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계량화하고 검증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도 GRI와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ISSB) 등을 비교적 빠르게 수용하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고 있습니다.
다만 “도입”과 “정착”은 다른 문제입니다. 공시 기준이 국제적으로 빠르게 정렬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기준의 언어와 데이터 체계를 실제 업무에 맞게 바꾸는 데 큰 부담을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보완 방향은 ① 기준의 국제 정합성을 확보하되, ② 기업이 따라갈 수 있는 실행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한국회계학회도 지속가능성특별위원회를 통해 연구·교육과 인증 체계를 나누어 접근해 왔습니다. 지속가능성연구·교육위원회는 IFRS S1·S2를 반영한 교육교재 개발과 커리큘럼 개선을 추진하고,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공시 관련 연구·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인증위원회는 IFRS S2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탄소배출 및 환경리스크 정보 보고 방안을 연구하고, KSSB 기준, ESRS, SEC 기후공시기준 등과의 비교를 통해 국제적 정합성을 점검하면서 국내 인증 체계의 방향을 구체화해 왔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ESG 공시는 “기업이 좋은 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홍보”가 아니라,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비교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시의 범위를 넓히는 논의만큼이나, 중요성(중대성) 판단의 기준, 데이터의 내부 통제, 외부 검증(인증)의 신뢰성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학회가 지속가능성 의무공시, 이행지원 및 역량강화 세미나, ISSB 인사 초청 공동 세미나 등 “기준 제정–이행–학계·실무 연계”를 연결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서는, 저는 지금 상황을 “기준이 없는 문제”라기보다 기준은 있는데 실효성이 약한 문제로 봅니다. 법과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 절차에 머물고, 서류상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실제로는 아무도 점검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형식의 회계’에서 ‘실질의 회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전환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부회계가 단순히 결산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는 경영 도구로 작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실시간 거래 모니터링 같은 스마트 내부통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사람이 놓치기 쉬운 오류나 이상 거래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문제가 터진 뒤 외부감사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회계의 1차 책임이 기업 자신에게 있다는 인식이 조직 전반에 자리 잡을 때 진정한 투명성이 구현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앞으로의 보완 방향은 ESG 공시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각각 따로 손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연결해 하나의 신뢰 체계로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ESG 공시는 비재무정보를 “말”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로 제시하는 과정이고, 내부회계는 그 데이터가 왜곡되지 않도록 만드는 기업 내부의 안전장치입니다. 결국 투자자와 시장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문서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정보와 예측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회계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신뢰의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중요성과 시급성을 모두 고려하여, 기준의 정교화만큼이나 현장에서의 작동성을 높이는 지원—교육, 표준화된 가이드, 역량 강화, 그리고 인증·검증 체계의 정합성—을 함께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회계학 전문 분야에서 연구를 시작하거나 이어나가는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힘찬 응원으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회계학의 길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이미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후학 여러분께 회장으로서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회계학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AI의 발전은 앞으로 회계실무와 교육, 연구 전반에 걸쳐 지금 우리가 예측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자료 수집과 정리, 분석과 검증, 보고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회계 업무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고, 연구 환경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이런 변화 앞에서 불안과 혼란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하부구조로서 회계정보의 역할과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회계는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 사회 전체를 연결하는 신뢰의 언어입니다. AI는 이 언어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더 정확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AI의 활용을 통해 회계정보의 생산과 전달, 그리고 인증의 과정과 질은 지금보다 훨씬 정교하고 신뢰도 높게 발전할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연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연구자를 대신해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라, 연구자의 사고와 분석 능력을 증강시키는 도구입니다. 결국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연구를 더 깊이 있고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고, 연구를 잘하는 사람은 AI를 통해 더 잘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후학 여러분께서는 회계이론과 제도에 대한 기본기를 단단히 다지는 동시에, AI를 연구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스스로의 연구 역량을 확장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회계학의 중요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책임과 무게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ESG 공시, 비재무정보의 검증, 내부통제와 감사의 고도화, 그리고 AI 환경에서의 새로운 회계 기준과 윤리 문제까지, 앞으로 회계학이 답해야 할 질문들은 더 많아지고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이는 곧 회계학이 우리 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후학 여러분께서는 회계학을 단지 하나의 전공 분야로만 보지 말고, 신뢰를 설계하는 학문, 사회를 지탱하는 제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고,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회계가 지닌 공공성과 윤리를 끝까지 고민하는 연구자와 전문가로 성장해 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회계학의 미래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고, 저는 그 미래가 충분히 밝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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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전오 전(前)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0) | 2025.03.14 |
| 고객지향적 마인드로 '소통의 길'을 찾다. - 한준수 회계사 인터뷰 (1) | 2024.11.01 |
| 대한민국 세무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다. 한국세무학회 최원석 학회장 (3) | 2024.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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