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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글로벌 격변기, 국제조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다. (한국세무학회 회장, 서울여대 이성봉 교수 인터뷰)

by 삼일아이닷컴 2025. 12. 12.

이성봉 회장

현. 한국세무학회 회장, 서울여대 교수

이성봉 한국세무학회 회장은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국제조세 및 글로벌 조세정책 전문가다.

독일 만하임대학교에서 국제조세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WTO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36대 한국세무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정부 조세·투자정책 자문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학문과 정책 현장을 아우르며 한국 조세제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끌고 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세무학회 이성봉 회장님. 바쁘신 일정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일아이닷컴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세무와 회계 분야 국내 최대 지식정보 플랫폼인 삼일아이닷컴에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세분야 전문가 5천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세무학회 제36대 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여대에서는 글로벌통상학부 학부장, 대학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학과장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서울여대에 오기 전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연구위원(외국인투자 및 해외투자 정책연구 담당), WTO팀장, 무역투자정책실장대행 등으로 10년 넘게 봉직했으며, 미국 템플(Temple)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2022년에는 한국EU학회 회장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평가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자문위원, 외교통상부 국제투자자문위원 등 다양한 자문 활동을 통해 정부 정책 수립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한국경제발전 경험을 개도국에 공유하는 KSP(Knowledge Sharing Program)를 통해 요르단, 라오스, 도미니카공화국의 외국인투자정책 수립도 자문했습니다.

현재 한국세무학회장 이외에 한독경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질서경제학회 부회장,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조세연구소 비상임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1995년 독일에서 국제조세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다 들었습니다. 당시는 국제조세 관련 국내 세법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국제조세를 전공으로 택하시고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1985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현재는 경제학부로 통합)에 입학했는데,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 과정을 다룬 한 전공수업에서 다국적기업의 역할에 큰 흥미를 느끼고 1989년 대학원을 경영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 시절 서울대 경영대 최종태교수님의 연구실 조교를 했었는데, 최교수님의 오랜 친구이신 독일 만하임대학교(Universität Mannheim) 오토 야콥스(Otto H. Jacobs) 교수님께서 한국인 박사과정 학생을 한 명 받아주시겠다며 추천의뢰를 하셨고, 제가 그 기회를 잡았던 것입니다.

독일은 미국 등 여타 나라와 달리 세무분야가 경영대학의 핵심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를 이수한 세무 전문가가 기업의 회계 및 세무뿐만 아니라 창업, 성장, 승계 등 기업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경영자문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일 경영대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공분야가 세무인 것입니다. 야콥스 교수는 만하임대학교 경영대학 세무분야 석좌교수였으며, 특히 국제조세분야에서는 독일 최고의 학자이셨습니다.

저는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활동이 필연적으로 국제조세문제로 연결될 것이며,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국제조세분야에서 독일 유학을 다녀오면 한국에서 크게 쓰임이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결정하고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1년 봄 독일 만하임으로 떠났던 것입니다.

6개월 동안 만하임 괴테-인스티투트(Goethe Institut)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어학시험을 통과하여 1991년 10월부터 정식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대학은 모두 국립이어서 등록금이 무료였지만 기숙사비와 생활비는 필요했는데, 야콥스교수님의 소개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州(Baden-Württemberg) 교육부 박사과정 장학금과 독일 Ernst Young의 쉬탁재단(Schitag Stiftung) 장학금을 받으며 재정적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독터파터(Doktorvater)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박사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야콥스교수님은 독일 아버지로 저의 공부와 생활 모두를 보살펴 주셨습니다. 제가 독일에 도착하기도 전에 개인 욕실이 딸린 기숙사 방을 미리 준비해주셨고, 독일어만 배우던 첫 6개월 동안도 오전 독일어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는 학교에서 독일 세무를 공부하라며 세미나실이 딸린 경영대 세무도서관 열쇠를 주셨지요. 박사과정 첫 학기 학과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는 만하임대학교 캠퍼스인 만하임城(Barockschloß Mannheim) 건물의 메인 현관 열쇠를 깜짝 선물로 주시면서, 밤에도 주말에도 언제든 세무도서관에 나와서 공부하라고 배려해주셨습니다. 저의 독일 아버지 야콥스 교수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지요.

만하임대학교 메인빌딩인 만하임성, 180도 파노라마,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nnheim_Palace

독일 유학을 마치시고, 서울여대로 오시기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 외교통상부 등 다양한 정부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 많은 실증적 연구를 진행하신 것 같습니다. 당시 진행하셨던 연구 과제들은 무엇이었고, 현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 박사학위 논문은 “독일 기업의 한국 고정사업장과 자회사에 대한 국제조세연구”로 독일 기업의 한국 진출에 따른 한국과 독일에서의 국제조세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두 가지 진출 대안에 따른 국제적 과세 문제를 기업과세 및 국제조세의 주요 과세 원칙에 비추어 실제 어떠한 과세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분석하며 독일 기업의 한국 진출 의사결정 대안 및 관련 조세정책 개편방향을 탐색한 논문입니다. 독일에서 세무를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용어가 “steuerliche Gestaltungsmöglichkeit”이었는데, 번역하면 “세무상 경영의사결정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 과세 원칙 및 제도하에서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어떻게 다룰 것이며, 그 분석을 통해서 조세제도 개편방안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바로 독일 경영대학에서 세무 분야 연구와 교육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독일 “경영세무학(Betriebswirtschaftliche Steuerlehre)”의 실용적 접근은 제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외국인직접투자 및 해외직접투자 정책 및 기업정책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기업구조조정 및 외국인투자 정책이 위기극복을 위한 핵심 경제정책으로 부상하면서 저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신 박사님들과 환상적 조화를 이루며 조세정책을 포함하여 기업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정책 수립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최근 여러 토론회에서 상속세제 개선 문제를 다루며 발제를 하신 바 있습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상속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나라 상속세제는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만 두 가지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먼저 상속공제 문제입니다. 상속세 부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속공제는 1997년에 만들어지고 큰 변화없이 28년이 되었고, 지금의 경제상황을 충분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합니다. 물가상승 및 자산가격의 상승 등을 반영하여 상속공제 등을 현실화하여 국민이 적절한 수준의 상속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승계와 관련한 상속세 문제입니다. 한국경제가 절대 빈곤 국가를 벗어나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시작한 시기가 1990년대이기 때문에 30년이 지난 현재 승계는 많은 한국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경영 문제입니다. 물론 정부는 가업승계공제제도의 도입 및 개선 등을 통해서 중소기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긴 했지만, 승계 현장에서 기업인들의 애로를 해소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주가 쌓은 경영자산을 더욱 발전시키며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기업승계 모델들이 작동될 수 있도록 상속세 제도를 유연성 있게 설계해야 합니다. 원활한 기업승계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선진국 기업에 비해서 한국 기업이 밀리지 않도록 세심한 기업승계세제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강압적인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글로벌 조세정책과 관련하여 앞으로 어떤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세무학회는 지난 2025년 10월 ‘트럼프 2.0시대 글로벌 조세환경 변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강압적인 관세 정책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및 조세정책에 따른 다양한 영향을 검토하고 기업과 정부의 정책방향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우리 기업의 관세부담 뿐만 아니라 국제이전가격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과세당국간 의견충돌이 불가피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자유의 가치, 글로벌 감각, 디지털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과, 이를 위해 대한민국 조세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 후학들이 준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저는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은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응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변혁을 선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AI를 통한 새로운 디지털 전환, 미·중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변화 등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인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조세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 후학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세무학회 회장으로서 미래 후학들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는 연구나 학회 활동,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올해 한국세무학회 학회장으로 일하면서 중점을 둔 것이 바로 다양한 학제적 접근을 더욱 강화하고, 학회의 국제화를 고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세무학회가 조세 분야에서 핵심적인 학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학회가 세무회계, 조세법, 조세정책 등 조세관련 다양한 접근 방법을 융합적으로 담아내 왔기 때문입니다. 조세 분야 후학들이 이러한 학제적 접근을 더욱 발전시켜나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세무학이 그동안 학제적 접근을 통해 이룬 성과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매우 주목받을 수 있는 만큼, 후학들이 한국의 세무학 연구 성과의 국제화를 극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기대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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