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이전오 교수"
강남대학교 특임교수 / 기획재정부 / 세제발전심의위원장
[사안의 요지]
(1) 원고들(9개 회사)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펀드(Lone Star Fund)가 설립한 상위 투자회사로서 외국법인들(합자회사, 유한 파트너십)인데, 하나는 미국법인이고 나머지 8개는 버뮤다 법인이다.
(2) 국제적인 사모(私募, private equity) 펀드인 론스타(LoneStar) 펀드는 2002∼2005년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등에 투자한 뒤 일부를 매각하면서 수천억원대 배당금(배당소득)과 수조원대 시세차익(주식 양도소득)을 얻었다.
(3)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등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원고들의 하위 중간 지주회사들에 대하여 배당금, 주식양도대금 등을 지급하면서 관련 법인세 등 약 1,863억 원의 세금을 원천징수하여 과세관청에 납부하였다.
(4) 과세관청은 2008년경 위 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는 중간 지주회사들이 아니라 그 상위 투자자인 원고들이고 원고들에게 국내사업장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에게 소득세(원고 2~9) 또는 법인세(원고 1) 약 2,204억 원을 부과하였는데, 당시 이 사건 원천징수와 관련된 환급금 약 1,863억 원은 위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기납부세액으로 공제ㆍ충당 처리되었다.
(5) 그런데 외국의 합자회사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두5950 판결이 선고되자, 과세관청은 관련 소득세 부과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한 후 법인세 부과처분을 다시 하였고(이하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라 한다), 그에 따라 총 세액이 1,763억 원으로 감경되었다. 당시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의 일부인 1,534억 원은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재차 공제ㆍ충당 처리되었다.
(6) 그 후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병합) 판결에 따라 원고들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었다. 이후 과세관청은 일부 원고들 명의로 납부된 법인세 고지세액을 환급하였으나,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ㆍ충당 처리되었던 원천징수세액 환급금 1,534억 원은 원고들에게 환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은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충당 처리되었던 원천징수세액 가운데 환급되지 않고 남아있는 미환급금 1,534억 원(이하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이라 한다)에 관한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음을 전제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원금과 지연손해금 포함 약 2,000억원), 피고(대한민국)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청구권이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에게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법인세가 취소된 경우 기납부세액으로 공제ㆍ충당 처리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청구권이 원천납세의무자(원고들)와 원천징수의무자(한국외환은행 등) 중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이다.
[하급심 판결요지]
관련 규정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30. 선고 2017가합589455 판결) 및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4. 9. 5. 선고 2023나2031448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다.
(1)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법률상 원인 없이 법인세를 납부받아 법인세 상당의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같은 금액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부당이득으로 나머지 미환급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피고가 이 사건 원천징수 이후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면서 원고들의 법인세액에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을 기납부세액으로 공제ㆍ충당함으로써 원고들의 소득은 원천징수의무 대상이 아님을 확인하였으므로 이 사건 원천징수의 효력이 확정적으로 소멸하였고, 이후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원천징수의무자의 환급청구권이 다시 살아난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고들이 실질적으로 납부한 법인세액에 대한 환급청구의 문제만이 남을 뿐이다.
(3)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이 현재까지 피고에게 환급을 요구하였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금으로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액에 공제ㆍ충당 처리하는 것에 대해 이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이 피고로부터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을 환급받아 이를 원고들에게 다시 반환하고, 원고들이 원천징수의무자들로부터 위 환급금 상당액을 반환받아 피고에게 다시 법인세를 납부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대신, 피고가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종국적으로 반환하여야 하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관한 환급금을 원고들에게 부과된 법인세액에 공제ㆍ충당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원천징수와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에 따른 조세 납부의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정리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당시 당사자들 사이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천징수 세제에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하여 세액을 징수ㆍ납부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하여 징수ㆍ납부하였다면, 이는 국가가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납부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 된다. 이때 원천징수의무자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하여는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환급청구권자가 되고, 원천납세의무자는 자신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하여만 환급청구권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2] 원천징수세액이 한국외환은행 등 원천징수의무자들 명의로 납부된 이상 원천징수세액에 관한 국세환급금에 대한 권리가 한국외환은행 등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한국외환은행 등 원천징수의무자들 명의로 납부된 세액이 론스타 펀드 등에 대한 법인세에 공제ㆍ충당된 적이 있다거나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판결에 의해 취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론스타 펀드 등이 곧바로 국가에 대해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환급금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원심이 이와 달리,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원천징수의무자들의 환급청구권이 되살아난다고 볼 수 없고,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을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삼는 데 당사자 사이에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지급을 구하는 론스타 펀드 등의 청구를 인용한 것은 법리오해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평석]
원천징수의무의 법률관계
가. 원천징수의무자와 과세권자 사이의 법률관계
원천징수의무자는 실제 납부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는 아니지만 원천납세의무자에게서 세액을 원천징수하여 과세당국에 납부할 조세법상 의무를 부담한다.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과세권자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납세고지(징수처분)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하여 세액을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징수하여 납부한 경우에는, 원천징수의무자는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나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5항에 따른 감액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원천징수세액을 과오납한 경우 원천징수의무자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하여는 원천징수의무자가 환급청구권자가 된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8294 판결,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5246 판결 등 참조).
나.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권자 사이의 법률관계
조세법률관계는 원칙적으로 원천징수의무자와 과세권자 사이에만 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권자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의무자의 원천징수 유무에 불구하고 조세 미납의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다. 다만, 사후 정산을 전제하는 예납적 원천징수의 경우, 과세권자는 원천징수가 누락된 소득에 관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직접 과세처분을 할 수 있다.
한편 원천징수의무자가 과다징수하여 납부한 세액이 있는 경우에도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과세관청에 대한 감액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5항).
이 사건에 대한 검토
하급심 판결이 과세권자-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간의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시도한 점, 원천징수의무자와 원천납세의무자의 내심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묵시적 합의를 끌어낸 점 등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하급심 판결은 원천징수의 법률관계에 관한 근본적 법리에 어긋나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천징수의무자는 자기 명의로 납부한 원천징수세액의 정당한 환급청구권자라는 기존 판결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에,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구하는 미환급금은 원천징수의무자들 명의로 납부한 세액으로서 원천징수의무자들이 정당한 권리자에 해당한다. 반면에, 원고들은 자기 명의로 납부한 세액의 환급청구권을 가질 뿐인바, 이 부분 세액은 전부 환급 처리되었으므로, 국가와의 법률관계에서 직접 당사자가 아니고 원천징수세액을 직접 납부하지도 않은 원천납세의무자인 원고들은 원천징수세액의 환급청구권자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법원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 누가 세금을 받아 가는 것이 타당한지에 따라 환급청구권자를 결정하려는 원심의 태도는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다. 과세관청은 일단 환급의무가 발생하면 환급금을 납부한 당사자에게 반환하는 것이 옳고, 환급받아 간 돈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할 것인가는 원천징수의무자와 원천납세의무자 사이의 민사 법률관계에 맡겨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논리와 결론이 타당하다.
여론으로, 론스타 펀드는 ‘먹튀 논란’ 등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는데, 조세법 분야에서는 다양한 판결을 통하여 국제조세법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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