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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Tax Perspective]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세제개혁, 지금이 적기다 (이영환 교수)

by 삼일아이닷컴 2026. 7. 22.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이영환 교수"

계명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

[Tax Perspective]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세제개혁, 지금이 적기다

이영환 교수

모든 개혁에는 때가 있다. 개혁의 필요성이 아무리 분명하더라도 정치적 여건과 사회적 공감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특히, 세제개혁은 국민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직접 맞물려 있어 역대 정부가 쉽게 손대지 못했던 분야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전국 단위 선거까지 일정한 시간이 남은 지금은 정치권이 선거의 부담에서 벗어나 국가의 장기과제를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단기적인 유불리를 넘어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조세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

아담 스미스(A. Smith)는 국가가 빈곤과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건으로 안정적인 정부, 예측 가능한 법률, 부당한 과세의 부재를 제시했다. 250여 년 전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도 그 의미는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과 국민이 정부와 제도를 신뢰할 수 있고, 법과 세금이 예측 가능하며 공정할 때 장기적인 투자와 소비가 이루어진다. 조세제도는 단순히 세금을 거두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경제주체가 활동하는 기본적인 경기규칙(rule of the game)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60여 년간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장을 이루었다. 풍부한 노동력과 높은 교육열, 정부의 전략적인 산업정책이 압축성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방식만으로 미래를 보장하기는 어려워졌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생산성 둔화와 내수 부진, 높은 가계부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ㆍ중 기술패권 경쟁까지 여러 문제가 동시에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부 수출 산업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서 구조적인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정 산업의 호황이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성장의 기초체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처럼 노동과 자본을 더 많이 투입하는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 앞으로의 성장은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산업구조 고도화, 효율적인 자본 배분, 우수한 인재 확보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세체계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세금은 국가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이지만, 기업의 투자와 고용, 개인의 근로와 소비, 자산의 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잘 설계된 세제는 자본과 인력을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시키지만, 복잡하고 불공정한 세제는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경제환경이 변할 때마다 부분적이고 임시적인 개편을 반복하면서 세법 전체의 체계성과 일관성이 약화되었다. 세율과 과세구간,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비과세와 감면, 각종 조세특례가 복잡하게 얽혀 일반 납세자가 자신의 세 부담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도 새로운 투자의 세후 수익률을 계산하거나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복잡한 세제는 단순히 불편한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납세자는 세법을 이해하고, 신고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과 연구개발에 사용해야 할 인력과 비용을 세무 대응과 절세전략에 투입하게 된다. 정보와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한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은 복잡한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일반 근로자는 제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해 정당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세제의 복잡성은 조세 행정의 비효율뿐 아니라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같은 법을 적용받으면서도 정보력과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실질적인 세 부담이 달라진다면, 국민은 조세제도를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제를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은 납세 편의를 위한 조치인 동시에 조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과도하게 늘어난 비과세ㆍ감면과 조세특례도 정비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중소기업 지원, 취약계층 보호, 지역투자처럼 정책 목적이 분명한 분야에서는 세제지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한 번 도입된 감면제도가 정책 효과와 관계없이 관행적으로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수혜집단의 반발을 우려해 실효성이 낮은 제도까지 계속 유지하면, 과세 기반은 좁아지고, 감면을 받지 못하는 납세자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모든 비과세ㆍ감면에는 분명한 목표와 종료 시점이 있어야 한다. 실제 투자와 고용,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효과가 낮은 제도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특별한 검증 없이 연장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조세특례가 정책수단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기득권으로 굳어진다면, 조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반면,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분야에는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 미래 자동차, 배터리, 방위산업, 친환경 에너지 등 국가전략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개별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제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대만 등은 세액공제와 직접 보조금을 결합해 첨단산업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투자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 규모나 인건비만이 아니다. 세제지원과 규제환경, 행정절차, 정책의 안정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도 첨단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세액공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첨단산업은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에 막대한 초기자금이 필요하고,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익이 발생한 이후에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는 초기자금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안보와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효과가 큰 사업에는 세액공제와 금융지원, 기반시설, 필요한 경우 직접지원까지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기업은 올해의 세율이나 공제율만 보고 수십조 원 규모의 장기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향후 10년 또는 20년 동안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정권이 바뀌거나 세수가 부족할 때마다 지원제도가 축소되고, 세법이 자주 변경된다면 기업은 투자를 미루거나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 조세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가전략산업과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 원칙을 법률로 안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세제개혁도 중요하다. 지방은 청년층 유출과 산업기반 약화, 소비시장 축소, 재정 여건 악화라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지방경제의 위축은 해당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체의 내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수도권의 주거비와 교통혼잡, 교육경쟁, 환경 부담을 키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커질수록 국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지역투자 세액공제, 지방 창업기업 지원, 지방소멸 위험지역에 대한 특별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혜택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지역별 산업기반과 대학ㆍ연구기관의 역량, 교통과 물류 여건, 인구구조, 국가전략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한 지역에는 연구개발과 창업을 연계한 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지역에는 설비투자와 산업전환을 촉진하는 세액공제가 필요하다. 지방소멸 위험이 큰 지역은 기업 유치뿐 아니라 청년고용과 장기근속, 정주 여건 개선을 함께 유도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형 세제는 지방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성장 공간을 넓히는 산업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금을 모든 정책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사용하는 관행도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세금을 올리고, 경기가 어려우면 감면을 늘리며, 특정 산업이 어려워질 때마다 조세특례를 신설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세제는 매우 강력한 정책수단인 만큼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공급과 금융, 지역개발 정책을 함께 살펴야 하고, 산업경쟁력 문제는 규제와 노동시장, 기술개발, 인력양성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

세제개혁은 재정지출 개혁과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이 세금에 불만을 갖는 것은 단순히 세 부담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금이 불공정하게 부과되고, 낭비적으로 사용되며, 정책 성과가 분명하지 않다고 느낄 때 조세저항은 커진다. 세금을 얼마나 걷느냐 못지않게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성과가 낮은 재정사업과 조세지출을 동시에 정비하고, 주요 사업의 성과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공개해야 한다. 조세특례를 통한 지원은 재정지출과 달리 국회의 심의나 국민의 감시가 약해질 수 있다. 비과세ㆍ감면도 사실상 재정지출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고, 평가해야 한다. 세입과 세출을 함께 개혁할 때 조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무리한 감세가 해답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에 따른 복지와 의료비 증가, 연금 부담, 저출산 대응, 국방비, 사회안전망 확충, 지역소멸 대응 등 막대한 재정수요에 직면해 있다.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감세는 국가채무를 늘리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넘길 수 있다. 세제개혁을 증세와 감세의 단순한 대립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과세 기반은 넓히되 세율은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지 않는 수준으로 합리화해야 한다. 효과가 낮은 비과세ㆍ감면은 줄이고, 미래산업과 연구개발, 벤처창업, 생산적 투자와 지역경제에는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납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제를 단순화하고, 기업과 가계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조세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세제개혁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과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조세 전문가와 기업, 노동계,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마련하고, 개혁의 원칙과 일정, 예상되는 부담과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세제개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금 한국경제는 과거의 성공방식에 머물 것인지, 새로운 성장체제로 전환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미래의 경쟁은 기술과 자본, 인재뿐 아니라 제도의 신뢰성에서 결정된다. 세제는 이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장치다. 낡고 복잡한 조세체계가 경제주체의 활동을 제약한다면,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세제개혁의 본질은 세금을 더 걷느냐 덜 걷느냐에 있지 않다. 조세체계가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자원을 생산적인 분야로 이동시키며, 미래산업과 지역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공정하고 단순하며 예측 가능한 조세제도를 만드는 일은 한국경제가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본조건이라는 지적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세제개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떠한 세제개혁도 모든 경제주체의 후생을 개혁 전보다 개선시키는 소위 파레토(Pareto) 우월한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세제개혁을 위해서는 정치ㆍ경제학적으로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세제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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