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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윤두서의 자화상과 내부회계관리제도

by 삼일아이닷컴 2022. 7. 14.

 
그리 많지 않은 조선시대의 자화상 중에 가장 독특한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공재 윤두서가 정쟁에 시달리다 꿈을 접고 낙향한 이후에 그린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2013년 개봉된 영화 <관상(觀相)>의 주연 배우 송강호의 포스터를 위한 모티브로 사용되어 더 유명해졌다.
눈 주위의 안경 자국은 물론 콧수염과 구레나룻이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려져 있으며, 정면을 응시하는 부리부리한 눈, 힘있게 다문 입, 치켜 오른 눈썹, 턱수염이 강렬하다. 특히 형형하게 쏟아지는 눈빛은 그의 강인한 정신력과 자존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의지를 잃지않고 의연한 모습을 확인해준다.
 
우리가 느끼는 강렬함은 그의 원래 얼굴이 특별히 개성적으로 생겼다든가 세월에 따라 얼굴만 도드라게 남은 특이한 구도 때문만은 아니다. 윤두서가 조선시대 초상화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자화상이나 초상화는 ‘털끝 하나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 (一毫不似 便是他人)‘라는 원칙에 따라 모델의 점 하나, 터럭, 그리고 주름은 물론 땀구멍까지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였다. 초상화와 자화상의 인물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한다는 시대적 공감대는 제사에 사용하는 영정이 실제 모습과 다르면 다른 사람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고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一毫不似 便是他人‘의 원칙에 더하여 인물을 단순히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전신사조(傳神寫照)‘라는 까다로운 개념을 충족시켜야 했다. 단순히 똑같이 그려내는 것만이 아니고 대상의 인품이 그림에 배어나도록 그려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인물화를 비단에 많이 그렸 는데, 비단의 앞부분이 아니라 뒷면에 안료를 칠하여 그것이 앞쪽으로 배어 나오도록 하는 배채법(背彩法)을 사용하였다. 특히, 조선시대에 왕의 초상화인 御眞에 이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안료가 오래되어 긁히고 깎여서 떨어지는 현상이나 검은색 배경에서 생기는 얼룩을 방지하고 채색이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었다.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인물이 가진 내면의 기운이 배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에는 이러한 회화적 전통도 한 몫 거들었다.
서양의 많은 화가들도 자화상을 그렸는데 그 중 르 쁘띠(Alfred Le Petit)의 <자화상>을 살펴보자. 일반적인 자화상과 달리 화가의 작업 과정을 담아 그린 독특한 구도의 작품이다. 르 쁘띠는 거울을 앞에 놓고 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고 있는 중인데, 이 자화상에는 4명의 화가가 등장한다. 거울 안의 화가, 그 뒤쪽으로 또 다른 거울에 뒷모습이 비추어진 화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며 캔버스에 옮기고 있는 화가와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초상화에 나타난 화가가 그들이다.
화가는 2차원의 캔버스에 자신의 앞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자신의 모습을 보다 충실하게 담기 위해 최종 작품에는 나타나지 않을 뒷모습과 옆모습까지 함께 3차원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그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작품 안에 얼굴이 보이는 3명의 알프레드는 모두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완성된 자화상은 실제 그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윤두서와 르 쁘띠의 작품에서 우리는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들이 자신의 모습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파악하여 그리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화상은 배채법(背彩法) 이용하여 인물의 전체 모습을 드러내려 노력하였고, 르 쁘띠와 같은 화가들은 뒷모습을 비추는 거울까지 이용하여 앞모습에 모든 것을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안개바다 위의 여행자>란 작품으로 유명한 독일 화가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가 "화가는 자기 앞에 있는 것뿐 아니라, 내면에서 본 것도 그려야 한다. 내면에서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면, 앞에 있는 것도 그리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들의 이런 자세는 바로 회계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영자에게 우리 사회가 바라는 모습이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보며 자화상을 그리듯이 조직 구성원들의 활동이 기록되는 회계시스템을 통해 경영자는 기업의 경영활동과 상태를 파악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회계시스템이 기업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거울이 평탄하지 않고 굴곡지거나 깨져 있다면 그 거울에 비친 모습 또한 왜곡되어 실상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회계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설계되고 적절히 운영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이 제공하는 보고서는 기업의 실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마치 놀이공원에 있는 마술거울에 비춰진 모습처럼 회계보고서가 왜곡되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내리는 의사결정은 당연히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기업의 활동과 회계시스템이란 거울을 잘 설계하고 운영하여 회계보고서에 반영되는 기업실체가 왜곡되어 않도록 통제하여야 한다.
기업의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경영자가 하는 역할 중 핵심적인 부분은 계획과 통제이다. 자원의 조달과 사용에 관련된 구성원들의 활동을 계획하고 실제 활동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도록 통제하는 것이 경영활동인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만든 모든 제반 절차와 과정을 내부통제제도라 하고, 그 중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내부에 설치하는 내부회계관리규정과 이를 관리ㆍ운영하는 조직을 내부회계관리제도라 한다.
예를 들면 주식을 발행하거나 차입을 통해 자금이 조달되었다면 그 이전에 자금을 사용할 사업계획과 상환계획의 적절성이 검토되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할 것이다. 자산과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 또는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는 기준 등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구체적인 회계처리 절차와 방침을 결정해야 하며, 이사회는 감사나 감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그 타당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이런 과정과 절차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고 적절히 운영되고 있다면 회계부정이나 오류나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르면, 회사는 회계 또는 내부통제에 관해 전문성을 갖춘 내부회계관리자를 반드시 임명하여야 하며, 대표이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실태를 주총에 직접 보고해야 하며, 이사회 및 감사에게 대면보고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 외부감사인 또한 재무제표 뿐만 아니라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서도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회사의 사업보고서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그 내용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설계 및 운영 책임이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보고내용에 대해서도 거짓없이 투명하게 작성되었음을 직접 확인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에게 거울은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며 그 거울은 사물을 왜곡시키지 않는 평면의 거울이어야 한다. 자신의 경영활동에 대한 결과인 회계보고서를 스스로 작성해야 하는 경영자에게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하다.
이 거울 역시 오목하거나 볼록하지 않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줄 수 있는 거울이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분야를 찾을 수 있다. 그런 평면거울의 역할을 기대하며 도입된 제도가 내부회계관리제도인 것이다. 경영자는 그런 거울에 먼지가 끼어 사물이 흐릿하게 비치지 않도록 부지런히 닦아 깨끗하게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윤두서는 그림을 그릴 때 그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참모습에 털끝만큼도 의심이 없을 때에서야 비로소 붓을 들었다고 한다. 윤두서가 ‘一毫不似 便是他人‘과 ‘傳神寫照‘의 원칙에 충실하였던 것처럼 경영자는 털끝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기업의 내면을 담아낼 각오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마련하고 운영할 책임이 있다.
* 이 글의 일부 내용은 『예술로 풀어낸 회계 마음으로 이해하기 (2020, 청람)』에서 발췌ㆍ요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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