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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 정도 사회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위의 질문을 더 거친 표현으로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기원전 1700년의 수메르 점토판에 기록된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과 함께 세대차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문구일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뒤의 세대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한탄일 것이다. 간단히 ‘젊은이’를 자녀 이름으로 바꾸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청년들의 생각에 대한 궁금증은 우리나라만의 관심은 아닌가 보다. 2021년 영국 공인회계사협회(ACCA)와 국제회계사연합(IFAC)은 공동으로 젊은 회계 종사자들이 갖고 있는 직업과 경력에 대한 생각에 대해 설문 조사하였다. 해당 조사는 COVID-19 이후 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이 주된 경제 주체로 등장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취지로 수행되었다.1) 우리나라도 최근 MZ-세대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어서 해외 청년들의 직업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해당 설문은 회계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 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해 ‘Z-세대’ ‘회계 종사자’에 특화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ACCA & IFAC 직업선택 설문조사 결과
필자의 관심을 끈 설문 문항은 직업 선택 기준이였다. 제시된 직업선택 요인 중 중요한 다섯가지를 선정하도록 하였는데, 결과가 그림 1에 제시되어 있다. 가장 많이 선택된 다섯가지 요인은 (1)새로운 역량 학습 기회 (이하 학습기회), (2)일과 생활의 균형, (3)높은 보수, (4)국제적 경력 기회, (5)좋은 직원 복지 순이였다.
우리나라는 설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우리나라 청년들의 직업관을 비교해 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다만, 선택된 다섯 요인은 지극히 상식적인 항목들이어서 우리나라도 비슷하리라 추측했다.
<그림 1> ACCA & IFAC의 설문조사 결과: Z-세대가 직업선택에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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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회계종사자 직업 선택 기준
다행히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필자와 이화여대의 한종수 교수, 서울시립대의 이영한 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였다.2) 설문은 국내 대학생, 회계사, 직장인 등 총 899명의 응답자가 참여하였다. 회계 전공 학생,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기업 회계 부서 실무자를 대상으로 하여 가급적 회계와 관련이 많은 대상자로 설문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질문은 ACCA & IFAC 설문 문항과 비슷하게 유지하였지만 국내 특성에 맞도록 부분적으로 수정하였다. 그리고, 직업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2개까지 선정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설문 결과, 가장 많이 선택된 요인 다섯가지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1)높은 급여, (2)일과 생활의 균형, (3)직업 안정성, (4)전문가로서 자부심, (5)새로운 역량 학습 기회였다(그림 2).
<그림 2> 우리나라 직업선택 기준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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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A & IFAC와 국내 설문조사는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첫째, ‘보수’와 ‘일과 생활의 균형’ 두 요인은 두 설문 조사에서 모두 높은 순위로 제시되었다. 보상과 삶의 여유라는 두 측면은 직장인이라면 언제나 가지는 고민이기 때문에 이들 두 항목이 선택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둘째, 국내 조사에서 ‘전문가로서 자부심과 인지도’가 4순위로 나타났다. 반면, ACCA & IFAC 에는 이와 같은 요인이 없어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개인과 조직의 가치의 일치’라는 항목(9순위)이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인회계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과 존중과 같은 사회적 성취가 중요한 직업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필자는 ‘새로운 역량 학습기회’와 ‘직업 안정성’ 순위가 두 조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학습기회’는 ACCA & IFAC에서 1순위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5순위였다. 반대로 ‘직업 안정성’은 우리나라에서 3순위였는데 해외에서는 6순위였다.
응답자 직업별 직업선택의 차이
‘직업안정성’과 ‘학습기회’에 대한 해외와 우리나라 답변 차이가 어떤 이유인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 응답자를 학생, 회계사, 기업 실무자(이하 실무자)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표 1은 응답자 집단별 답변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 실무자 집단에서 ‘전문가로서 자부심/인지도’ 대신 ‘조직문화’라는 답변이 5순위로 제시된 것을 제외하고 앞서 제시한 다섯가지 요인이 세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요인의 순위는 집단별로 조금 다르다. 학생들(34%)은 ‘높은 보수’를 1순위로 선정하였으나 현직에 있는 회계 회계사(29%)와 실무자들은(29%) ‘일과 생활의 균형’을 1순위로 선택하였다. 학생들(23.4%)은 ‘직업 안정성’을 2순위로 답변하였으나 회계사(27%)와 실무자들(28%)은 ‘높은 보수’를 2순위로 제시하였다. 반면, 학생들(19%)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3순위로 답변하였고, 회계사는 ‘전문가 자부심’(13%), 실무자는 ‘직업안정성’(16%)을 3순위로 제시하였다. 회계사는 ‘직업 안정성’을 4순위로 답변했다(11.6%).
<표1. 우리나라 직업군별 직업 선택시 고려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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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학교 교단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에 자연스럽게 먼저 관심이 갔다. 처음에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직업 선택 기준이 비슷해서 당혹스러웠다. 해외에서 4순위였던 ‘국제적 경력’에 대한 선호가 우리나라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직업안정성’이 학생들에게 2순위로 비교적 높게 나온데 우려도 되었다. 아마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Boys, be ambitious!”의 구호가 청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모습이라는 선입관에서 2순위의 직업안정성은 왠지 생소하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특히, 해외에서 1순위였던 ‘새로운 역량 학습 기회’가 학생들 중 4.3%만이 선택하여 학생들이 왠지 위축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학생들은 위한 변명(?)
하지만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필자는 ‘직업안정성’을 택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대학 입시를 경험해 본 부모라면 현재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극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지 안다.
요즘 대학은 수시입학(수시) 제도를 통해 정원의 70%를 선발한다. 수시에서 내신은 매우 중요한데 내신 1등급 기준이 상위 4%이다. 그런데, 요즘 고등학교는 한 학년 평균 학생수가 182명, 한 학급 당 약 25명 정도 규모이다.3) 서울과 수도권은 인구밀도가 높아서 평균 학생수가 많더라도 한 학년에 300명 정원이면 큰 학교로 여겨진다.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학년 정원 800명 이상, 한 반에 60명 이상이었는 데, 그때와 비교하면 규모가 절반 이하이다. 그런데 내신경쟁은 작은 규모의 학교에서 더 치열해진다. 예를 들어, 한 반의 25명 기준으로 내신 1등급은 1명뿐이다. 2등급(8%)를 위해서는 2명이 된다. 만약 과거 고등학교 규모인 60명(전교 800명)을 가정한다면 1등급 학생 수는 2.4명(전교 32명)이다. 어차피 같은 4%이니 똑같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2등까지 진출할 수 있는 쇼트트랙 준결승전과 최종 순위전인 결승전의 차이처럼 1.4명의 여유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시험에서 한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등급은 각 과목별로 상대평가로 이루어지고, 대학 입시에 고려되는 주요과목(국어, 영어, 수학, 과학·사회)은 더욱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모든 과목을 합하여 내신 등급을 평가하였기 때문에 특정 과목(예, 국영수)이 저조하더라도 다른 과목(예, 암기과목)에서 보완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매 과목별로 소수점까지 등급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특정 과목 등급을 다른 과목으로 보충할 방법이 없다. 모든 과목에서 매우 잘해야 한다. 느낌이 잘 오지 않으면 국·영·수 1·1·2 등급 받은 학생과 1·3·1 등급을 받은 학생을 비교해 보기를 바란다.
역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필자도 고등학교때 저학년 때 인생 공부를 하다 고학년때 마음을 가다듬고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간 친구가 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이 상향평준화되어 있다. 이처럼 두꺼운 선수층에서는 단순히 노력만으로 열세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은 쇼트트랙 500m 결승전처럼 뒤가 없는 전력질주 경기를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 무려 10번(중간, 기말, 5학기)을 치러야 한다.4) 이렇게 해서라도 대학교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인생(입시)은 쉽지 않다. 대학 진학을 위한 고3 학생 수가 약 40만명이라고 한다면, 산술적으로 1등급 학생은 4%인 16,000명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교 정원이 약 50,000명 정도이라고 하니, 70%가 수시로 모집된다고 한다면 약 35,000명 정도가 수도권 대학의 수시 정원이다. 수도권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내신 2등급(8%) 이상이 되어야한다. 서울·지방을 비교한다고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만,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참고로, 필자의 아들이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 학생의 내신은 1.8등급이였다.
수시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정시, 예전의 학력고사를 보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정시는 전체 정원의 30%에 불과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30%의 정원을 두고 학생들은 재수생과 삼수생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내신에 신경 쓰지 않고 수능만 준비한 재수생, 삼수생과 내신과 수능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재학생 중 누가 수능에 더 경쟁력이 있을지는 뻔하다. 또한, 수능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제 전국을 상대로 등급경쟁을 해야 한다. 경험해 본 학부모는 알겠지만, 수능에서 한 문제는 선택가능한 학교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또다른 상대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상당수의 학교들이 A 학점 30%, B학점 40%, C 미만 30%와 같이 학점 분포를 강제하고 있다. 그나마, 대학교는 30%, 40% 범위 내에서 교수가 재량으로 성적을 결정할 수 있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겪었던 순위 경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고 하겠다.
나만 잘 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의 역량에 따라 내 순위가 결정되는 상대평가가 얼마나 극한 경쟁까지 내몰 수 있을지는 ‘선착순’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학생들은 단 한 문제라도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극한 경쟁을 고등학교때부터 대학교때까지 지속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경쟁 방식이 내가 아닌 상대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요즘 젊은 세대가 공정성을 강조할 하는 데는 이런 극한 경쟁이 배경으로 있다.
아마도 학생들의 ‘직업 안정성’ 선택은 이러한 경쟁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이러한 경쟁으로부터 보호막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학생들이 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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