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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회계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

by 삼일아이닷컴 2022. 11. 10.

 
로컬의 분위기의 변화

회계사 생활은 Big4라 불리는 대형회계법인(이하 “Big4”)에서 시작하지만 Big4의 강한 관리통제, 강도높은 업무량, 업무스트레스 등을 경험한 뒤 자기사업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로컬회계법인(이하 “로컬”)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채산제인 로컬은 원펌인 Big4에 비해 관리통제의 강도가 낮아 자유로운 분위게에서 일할 수 있으며 바쁜 시즌이 끝나면 여유시간에 자기영업을 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었다. Big4에서 로컬로의 이직은 한마디로 자유(Freedom)의 추구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통제 보다는 자유를 원한다. 어느 조직이든 어느 정도의 통제는 회피불가능 하겠지만 가능하다면 최소한의 통제와 최대한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공통된 욕망이다.
그러나 요즘은 로컬도 마냥 자유로운 분위기만은 아닌데 2018년말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로컬 중에서 등록법인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이 등록법인은 상장회사 감사를 해야 하므로 감독기관으로부터 상당한 통제를 받는다. 감사품질 평가에 기반한 이사평가, 철저한 업무시간 기록, 감사투입시간의 적정성 등을 점검받고 지적받은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형식적인 품질관리 프로세스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감리지적과 부실감사 사고건이 적어야만 한다. 등록법인이 된 이상 옛날의 자유롭기만 하던 로컬의 분위기는 더 이상 보장되기 어렵다.
그리고 로컬 등록법인들도 이 번거롭고 힘든 규제를 견디고 뚫고 나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 반대 얘기하면 이 규제와 통제를 견디지 못하거나 나몰라라 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포기하면 퇴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같은 등록법인이라도 차별화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런 예측이 최근 감독기관이 품질의 차이를 근거로 지정회사 배정 등에 차별을 두겠다고 발표한 내용만 보더라도 충분히 예측 가능할 것이다.
회계법인의 지배구조와 리더쉽의 중요성
최근 감독기관은 등록법인들은 경영, 자금의 통합관리체제(일명 “One Firm”)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의 향후 감독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과거에는 One Firm이 글로벌멤버펌(가령 PwC, KPMG, E&Y, Deloitte)과 한국의 회계법인(가령, 삼일, 삼정, 한영, 안진)의 경영통합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은 로컬 등록법인의 “독립채산제”와 상반되는 용어로 사용된다. 사실 One Firm은 등록요건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40개의 등록법인들은 이미 모두 One Firm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One Firm은 여전히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많은 회계사들은 독립채산제인 로컬에게 One Firm을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인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One Firm이란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One Firm은 하나의 작은 팀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여러개의 팀이 모인 그룹에서 One Firm이 만들어 지려면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지배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데 각 개인이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고객자산을 한통에 집어넣고 새로운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기관이 One Firm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One Firm이 왜 높은 감사품질의 요건이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One Firm은 단순히 자금, 경영의 통합과 같은 조직구조적 측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지배력(governance)의 형성을 의미하고 높은 감사품질을 유지하도록 하는 강제력의 형성을 의미한다. 품질관리기준서에서 규정하는 품질관리의 제1요소는 품질관리 리더쉽(leadership)의 형성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자. 매우 추상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단어는 사실 회계법인 간의 품질관리 수준을 원천적으로 차별화 하게 만드는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의 국제품질관리기준(ISQM ; INTERNATIONAL STANDARD ON QUALITY MANAGEMENT) 중 ISQM 1에서 정의하는 품질관리 8대 요소에도 지배구조와 리더쉽(Governance and Leadership)은 엄연히 자리하고 있다. IAASB에서 제공하는 ISQM 도입 가이드에는 지배구조와 리더쉽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1)

품질관리시스템을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지배구조와 리더쉽
예를 들어, 만약 리더쉽이 품질을 강화하고 품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는 품질관리시스템 내의 기능조직들이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도록 하고 감사팀이 고품질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득하고 강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요약하면 품질관리를 잘 하도록 독려하고 강제하는 힘, 즉 지배구조와 리더쉽(Tone at the Top)이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품질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를 한국의 등록법인 환경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등록법인 중 Big4를 제외한 로컬은 각자 자기사업을 하는 독립채산제 환경이기 때문에 구성원을 하나의 목표를 향해 경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강제하는 리더쉽(leadership)이 형성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즉, CEO나 대표이사 등 지배력을 가진 사람의 힘 보다는 구성원 전부 또는 구성원을 대표하는 운영위원회라는 의사결정체의 만장일치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이 되는 형태이고 인사권, 고가평가 등이 강력하게 작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이는 피라미드 형태의 지배력이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는 Big4에 비해 품질관리를 강력하게 추구할 수 있는 힘(Power)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물론 이런 공동의 지배구조는 조직문화를 유연하고 자유롭게 함으로써 조직 내 스트레스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특정인에 의해 통제무력화(override)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성장 에너지의 생성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을 보유한다.
감독기관이 원펌을 강조하는 이유와 배경은 이런 측면일 것이다. 강력한 품질관리를 통해 “Clean Firm”의 명성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력은 One Firm체제에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한국의 등록로컬은 One Firm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지배구조와 리더쉽과 독립채산제로 대변되는 자유로운 조직문화 라는 상충관계에서 놓임으로써 성장과 후퇴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로컬회계법인의 성장기반
로컬이 환경적으로 반드시 불리한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로컬은 감사품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인력의 경험(Experience)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감사품질 측면에서 상당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도 인력의 질이 떨어지면 품질은 상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력의 질이 좋아도 인프라가 취약하면 그 역시 품질상승의 한계가 된다. 로컬법인이 IFRS 정보기반이 취약하여 상장회사 감사에 취약한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된다. 결국 Big4와 로컬은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Big4는 인프라(Infra)가 강점인 반면 로컬은 인적자원(Human Resource)이 강점인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로컬이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면 Big4에 못지 않은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Big4 Local
Strength
인프라(Infra)
인적자원(Human Resource)
Weakness
인적자원(Human Resource)
인프라(Infra)
회계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Unvisible Hands)
로컬 등록법인이 Big4와 같은 대형법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품질관리실의 관리통제 기능에만 의존하면 금새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품질관리실도 결국 법인의 지배구조 하의 조직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로컬의 주인인 구성원의 의지의 영역으로 귀결된다. 이는 곧 구성원에 의해 “합의된” 지배력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배력은 단순히 인사권과 같은 조직 장악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Quality)에 기반한 성장(Growth)을 하겠다는 의지의 결집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지가 결집되는 법인과 분산되는 법인 간에는 성장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의 성향은 위험회피형과 성장추구형으로 나누어진다. 고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업무로 편안한 삶을 추구하려는 사람들과 고위험을 고품질로 방어하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구분된다. 이 두 그룹은 모두 옳다. 이는 개인적인 삶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어느 한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필자의 친구 중에는 Big4에서 성장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비등록로컬에서 생계에 큰 불편함이 없는 수준으로 벌면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 둘다 소중한 각자의 삶의 방향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외부감사법은 회계법인이 성장그룹과 안주그룹으로 뚜렷하게 구분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회계법인 내에서 두 가치관이 혼재되면 양쪽의 입장을 방해하고 조직 내 갈등지수가 올라갈 수도 있다. 마치 정당이 동일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야 힘을 발휘하듯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발휘할 때 성장의 에너지는 생성된다는 의미이다. 성장을 원하는 회계법인은 성장을 할 것이고 안주를 원하는 회계법인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시대에서 법인을 이끌어 가는 선배 회계사들과 진로를 고민하는 많은 젊은 회계사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 에너지의 흐름은 회계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Unvisible Hands)이 되어 각자의 가치관에 맞는 시장구조를 형성하게 할 것이다.
등록로컬은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각자 발전과 퇴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것은 마치 게임(game)과 같아서 많은 불확실성(Uncertainty)을 내포하고 있다. 어떤 법인이 더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구성원의 의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1) IAASB, ISQM 1, First-Time Implecation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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