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의 네 가지 꿈
엔비디아, 젠슨 황의 네 가지 꿈
우리는 무에서 유를, 그것도 한 가난한 이주민이 벤처 기업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르게 한 데 대해서 경이로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NVIDIA). 얼마 전(2024년 6월) 단 하루였지만, 세계 시가총액 1위의 역사를 쓴 기업이다. 9266일(약 25년 4개월). 이는 엔비디아가 상장 이후 시가총액 3조 달러고지를 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현재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만 3조 달러 클럽에 들어섰다. MS는 상장 이후 3조달러가 되기까지 37년 10개월 11일이 걸렸다. 애플은 42년 6개월 18일이 걸렸다. 엔비디아가 위대한 것은 이들보다 그 시간이 훨씬 짧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시대는 앞으로 몇 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시장의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회사에서 세계 최고의 AI 반도체 칩 회사를 만든 젠슨 황의 네가지 미래를 엔비디아의 넥스트란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로보틱스 플랫폼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만 잘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만을 꿈꾸지 않는다. AI 기술 구현의 관문 역할을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로봇에 관심을 두고 있다. 로봇의 미래는 AI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게 젠슨 황의 로봇관이다. 왜 지금 엔비디아는 로봇을 얘기할까? 젠슨황은 현실을 가상세계에 복사한 디지털 트윈 기술과 함께 생성형 AI로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로보틱스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있다.
로봇에서의 AI는 데이터센터 기반 생성 AI보다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에서 AI를 훈련·추론시키는 기초 모델, 로봇에 탑재되는 엣지 컴퓨팅, 이 둘 사이에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 기반의 컴퓨팅, 바로 그 세 가지이다. 옴니버스는 시행착오나 추가 비용 지출 없이 로봇을 훈련할 수 있다. 3개 컴퓨터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로봇을 훈련하여 완전하게 만드는 복안이다. 엔비디아는 GPU와 전용 소프트웨어 ‘쿠다(CUDA)’로 AI 칩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 성공 방식을 고스란히 로보틱스로 옮기려 한다. 로봇 개발 시장에서도 표준 도구를 만들어 엔비디아 없이는 그 어떤 휴머노이드 로봇도 작동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그 역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인공이다. 엔비디아 아이작 랩(Lab)은 AI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을 위한 강화, 모방, 전이 학습에 최적화된 아이작 시뮬레이션의 참조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렇다면 엔비디아는 이런 로보틱스 기술을 어떤 분야에 적용하고 있을까?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물류로봇이다. 아마존, 월마트 같은 유통 대기업은 대규모 물류센터에서 추론과 분류 작업을 자동화하려고 물류로봇을 대거 도입했다. 엔비디아는 이들과 협력해 물류로봇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신약개발 플랫폼
올해 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젠슨 황은 학생들에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말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프로그래밍이 엔비디아의 역할로 필요 없데 되는 세상이 미래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명공학과 같은 미개척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 산업과 의료 관련 상품 산업에서 AI 기술의 경제적 기대 가치는 연간 60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신약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네모”를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는 기대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 AI 기반 약물 반응 예측 모델 개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AI 알고리즘 적용,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이다. 기대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 기술 발전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간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까지 소요기간이 평균 10년이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최적화된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임상시험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생성형 AI는 신약 개발의 중축인 단백질 구조에 대한 이해는 물론 스스로 후보물질을 구축할 수도 있다.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는 바이오네모(BioNeMo) 서비스로 불리는 신약개발용 생성형 AI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사노피는 의약품 발견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바이오맵(BioMap)과 AI 모듈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후보물질 생성 외에 단백질 구조와 표적 결합 친화도의 예측 모델링도 가능하다. 생성형 AI 모델은 정교한 기계 학습으로 실제 헬스 케어 데이터와 유사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노력이 더 저렴한 약물 발견과 높은 치료 성공 확률로 이어진다면 인류의 삶에 더할 나위 없이 기여할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 따르면 의약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성공 확률은 2만∼3만분의 1로 매우 낮다.
둘째, 행정 비용 감소와 보험 청구 관리의 간소화다. 진료기관이 환자의 방문 기록과 보험금 청구 등 각종 서류를 처리하는 데 드는 행정 비용을 생각해 보자.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생성형 AI는 행정 업무 자동화로 진료기관의 격무를 줄일 수 있다. 생성형 AI가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쉽게 풀어내고, 영상 판독을 보조한다면 비용 감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구글은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함께 임상 시험 관련 의사소통 자동화 서비스를 여러 언어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소요되는 소통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필립스는 아마존 웹서비스를 활용해 이미지 프로세싱과 방사선 관련 업무의 전반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맞춤형 의료의 발전이다. 생성형 AI로 환자의 유전자지도인 게놈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역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분자 단위로 최적화된 의약품을 설계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게놈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한 채팅이 가능하다면 정밀의학 실용화의 큰 장애물을 극복하는 셈이다. 미국에서 의사들조차 유전학 지식 부족으로 유전정보 해석을 회피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챗 GPT의 등장은 반길만하다.
엔비디아는 상장 회사에 잇따라 투자했는데, 대부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곳이었다. 생명공학을 가장 유망한 미래 먹거리로 보고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의료 데이터의 90% 이상이 이미지 형태로 저장되고 있고, 이 같은 그래픽 처리 기술에 강한 엔비디아가 생명공학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 등을 의미하는(Universe)를 합성어이다. 3D 초월세계 내지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2022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생성 인공지능(AI)‘을 메타버스 중요 기술로 지목했다. 그는 생성 AI가 없다면 소비자가 어떻게 가상 세계를 만들 수 있겠는가 반문했다. 생성형 AI 기술dl 가상 세계를 3D로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엔비디아는 ‘겟3D‘라는 메타버스용 3D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출시했다. 젠슨 황은 "내가 항상 ‘AI와 옴니버스(엔비디아의 메타버스 구축 플랫폼)는 함께 간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나에게 AI와 메타버스는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부진으로 메타버스에 회의적인 시선이 모이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메타버스와 이를 활용한 디지털트윈 기술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것이다.
젠슨 황 CEO의 메타버스 이미지
그에 의하면 2D 이미지를 통한 디지털 쇼핑이 메타버스 3D 환경으로 옮겨질 것은 매우 분명하다. 메타버스가 화상 회의와 다른 산업에 사용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일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아바타 생성을 위한 플랫폼인 ‘NVIDIA Omniverse Avatar Cloud Engine(ACE)’을 운영한다. 이는 젠슨 황의 신념을 담고 있다. 거대언어모델이 진화하면서 ‘디지털 휴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사람의 외형과 행동을 모사한 AI 아바타로, 고객 서비스나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엔비디아는 디지털 휴먼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슬라와 겨루는 자율주행차의 미래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정교한 주변 인식(Perception)과 경로 계획(Path Planning) 기술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대규모 학습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GPU와 자율주행 플랫폼을 앞세워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DRIVE)‘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에 장착되는 AI 컴퓨터 ‘드라이브 AGX‘이다. 다른 하나는 가상 주행 환경 ‘드라이브 Sim‘이다. 카메라 중심 접근 방식의 선두에 테슬라가 당당히 위치해 있다면, 다중 센서 통합 방식에서는 엔비디아가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 플랫폼과 연관되어 BYD, 현대자동차, 재규어 랜드로버, 메르세데스-벤츠, 니오, 폴스타, 볼보, 리 오토 등 잘나가는 완성차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협력사로 대거 포함되어 있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실물 자동차, 자율주행 프로세서)부터 소프트웨어(자율주행 알고리즘, 운영체제)와 인프라(데이터센터)까지 모두 책임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드라이브 AGX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딥러닝 모델을 구동하는 고성능 컴퓨터이다. 드라이브 Sim은 가상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드라이브 Sim은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를 제공해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안전성과 견고성을 검증한다. 디지털 트윈에서 로봇을 학습시키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라고 하겠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과 관련하여 인프라로 ‘데이터센터‘를 활용한다. 원활한 자율주행을 위해선 많은 주행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그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 반복적인 트레이닝과 검증을 수행하기 위해선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양의 주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이니 테슬라에 필적하는 엔비디아의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나!
테슬라는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자율주행을 일단 도로 위에 올려버리고, 나중에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 및 발전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반대로 엔비디아를 포함해 다른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기업들(크루즈, 웨이모 등)은 실제 도로 위에 차량을 올리기 전에 먼저 완전한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
예측 알고리즘에서도 엔비디아가 테슬라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에는 완성차 기업, 부품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까지 온갖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이 모든 기업이 단 하나의 목표 아래에 모여 있다. ‘테슬라를 뛰어넘을 자율주행을 완성하자‘.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테슬라 자동차에서만 활용된다. 반면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은 다양한 기업들의 차량과 모두 호환되고 있다. 테슬라가 다른 모든 완성차 기업들을 다 밀어내고 자동차 시장을 장악할 게 아니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필연적으로 ‘더 보편적인 자율주행 기술‘로 엔비디아의 기술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까.
엔비디아가 테슬라와 비교해 지니는 두 번째 강점은 게이밍 산업을 통해 단련된 시뮬레이션 경험이다. 3D 모델링, 시뮬레이션에 관하여서는 엔비디아는 단연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업이다. 이미 수백만 대의 차량을 전 세계에 배포해 실시간으로 주행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 테슬라와 달리 엔비디아는 현실에서의 주행 데이터가 현격히 부족하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엔비디아가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엔비디아 드라이브 Sim. 시뮬레이션이다. 엔비디아는 자신들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차량이 수집한 영상에 등장하는 객체를 개별로 모델링하고, 이를 새로운 개체로 다시 출현시킬 수 있다. 그런 엔비디아의 미래를 생각하니 기업의 성공가능성이 어디까지 갈지 너무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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