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황남석"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실관계
가. 원고는 내국 유한회사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B‘ 브랜드의 스포츠 의류, 신발 등 제품을 유통하는 네덜란드 법인인 C의 싱가포르 지점으로부터 제품을 구입하여 국내 대리점에 도매로 판매하거나 직영매장 및 온라인매장을 통해 소매로 판매하는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 원고는 서울 및 부산에 2개의 ‘Employee Store‘(이하 ‘이 사건 직원매장‘이라 한다)를 운영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직원매장에서 원고의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원고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직원들을 파견하는 외주 용역업체(이하 ‘파견업체‘라 한다)의 직원, B 계열사인 유한회사 D(이하 ‘D‘라 한다)의 직원 등에게 일정한 할인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혜택을 제공하였다(이하 ‘이 사건 할인혜택‘이라 한다).
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원고에 대한 2015 내지 2020 사업연도 법인세 통합조사를 실시한 후, 피고에게 그 결과를 과세자료로 통지하였다. 그 내용은 ‘이 사건 할인혜택의 대상자 중 협력업체, 파견업체, D의 직원들에게 할인하여 판매한 제품의 최종 소비자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의 차액 상당액(이하 ‘이 사건 할인액‘이라 한다)은 기업업무추진비에 해당하므로, 그중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손금불산입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라. 피고는 2020. 8. 28.부터 2023. 5. 2.까지 원고에 대하여 2015 내지 2020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그중 기업업무추진비 한도초과액 손금불산입과 관련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인용하면서 이 사건 할인액은 기업업무추진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 판결의 설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이 사건 할인혜택은 B가 전 세계에서 실시하는 정책에 따라 협력업체나 파견업체, D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원고의 직원에게도 제공되고, 마케팅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추천인에게도 제공되는 등 공통된 사업상 이해관계로 묶기 어려운 불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판매촉진 등의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 이 사건 할인혜택을 통해 협력업체 직원 등 특정인과 사이에 친목을 두텁게 하여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려는 접대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둘째, 기업이 통상적으로 할인판매를 실시하는 것은 판매를 촉진하여 매출을 증대하거나, 아니면 일정한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여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업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할인혜택은 통상의 접대, 즉 향응 · 오락 · 선물 등의 제공과 같이 원고에게 일방적인 손실을 일으키는 소비적이고 출혈적인 지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통상의 할인판매 거래와 다를 것이 없다.
셋째, 원고는 협력업체, 파견업체, D의 직원들에게 이 사건 할인혜택을 제공하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이 사건 할인액을 공제한 금액만을 판매대금으로 수령하는 형태의 거래를 하였다. 이 사건 할인액은 통상의 공급가액 내지 매출액에서 직접 공제되어 매출에누리금액으로서의 실질을 갖는다.
평석
기업업무추진비라 함은 접대, 교제, 사례 또는 그 밖에 어떠한 명목이든 상관없이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지출한 비용으로서 내국법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업무와 관련이 있는 자와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을 말한다(법인세법 제25조 제1항). 지출의 목적이 업무와 관련된 것이므로 손금성은 인정되지만 남용되거나 변칙적으로 지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하고 기업의 자본축적을 유도하기 위하여 법인세법은 그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판례는 기업업무추진비는 기업활동의 원활과 기업의 신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비로서 기업체의 영업규모와 비례관계에 있으므로 요건의 충족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1)
현재 판례는 기업업무추진비의 개념을 ① 지출의 상대방, ② 지출의 목적, ③ 접대행위의 형태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될 것을 요구하는 3요건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상 판결은 3요건설의 내용 중 지출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지출의 목적이 판매촉진에 있는지 아니면 친목에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본 것이다. 판례는 이미 이 쟁점과 관련하여 법인의 수익과 직접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은 섣불리 기업업무추진비로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오고 있다.2)
본건의 경우 대상 판결은 이 사건 할인혜택이 공통된 사업상 이해관계로 묶기 어려운 불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판매촉진 등의 목적으로 시행되었다는 점에 주목을 하였다. 만일 할인혜택이 거래상대방에 국한되어 진행되었다면 기업업무추진비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불특정 집단이 포함됨에 따라 지출의 목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음으로, 대상 판결에서 검토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흔히 간과하기 쉬운 논점을 살펴보자. 기업업무추진비의 3요건 중 마지막인 접대행위의 행태 요건은 접대행위가 접대, 향응, 위안, 선물의 제공 등 소비성 행위일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 이유는 기업업무추진비를 규제하는 근본 취지가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하고 기업의 자본축적을 유도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 판결의 경우 문제가 되는 행위는 할인혜택이었다. 할인혜택을 접대행위에 포섭시키기는 쉽지 않다. 할인혜택 그 자체를 소비행위와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
과거의 판례는 기업업무추진비의 지출 대상을 소비성 행위에 국한하지 않고 있기는 하나,3) 기업업무추진비가 본래 손금성이 있는 지출임에도 소비행위임을 이유로 손금성을 제한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판례가 접대행위의 행태에 관한 요건을 형해화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법해석론의 관점 현행 법인세법 제25조 제1항은 기업업무추진비를 ‘내국법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업무와 관련이 있는 자와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으로 정의하여 접대행위의 행태에 관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것이 판례가 취하는 입장의 근거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기존 판례가 취해 온 입장은 제고되어야 한다.
1)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8614 판결.
2)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두14329 판결 등.
3)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6두1865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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