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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레오나르도 다빈치, 회계학의 아버지와 콜라보하다

by 삼일아이닷컴 2022. 8. 18.

 

이태리의 베니스에서 1494년 11월 발간된 615쪽의 책 한 권이 당시의 지식인 사회와 산업계를 뒤흔들었다. 바로 “회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가 산술, 기하, 비율 및 비례에 관한 지식을 집대성한 책인 『Summa de arithmetica, geometria, proportioni et proportionalita』 (이하 『Summa』)이다. 이 책에서 파치올리는 복식부기라는 혁신적인 회계시스템을 설명한다. 또한, 26쪽에 걸쳐 <건전한 회계 및 비즈니스 실무에 관한 지침(Particularis de Computis et Scripturis)>을 서술하며 회계원칙과 회계인의 윤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파치올리는 르네상스 당시 상업과 무역이 활발한 이태리에서 귀족 및 지식인들의 자제와 새롭게 부를 축척한 상인 계급의 자제들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경영대학 교수인 셈이다. 파치올리가 자신의 지식과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 『Summa』이다. 책의 내용이 온전하게 파치올리의 독창적 이론이나 창작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 존재하던 여러 분야의 이론과 실무 지식을 집대성하고 자신의 연구내용을 추가한 명저이다. 흥미로운 점은 파치올리가 회계적 지식을 산술, 기하 비례와 같은 수학 분야의 기초 과학지식과 함께 편집하여 집대성하였다는 점이다. 회계 지식이 당대의 기초적 지식에 속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페루자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식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일부 귀족이나 성직자들만 쓰던 문어체의 라틴어가 아니라 구어체를 사용하여 서술하였다. 바로 회계의 근본가치인 지식이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실생활에 공헌하여야 한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철학을 보여주었다.

 
르네상스 시대 밀라노의 군주이자 지식인들의 후원자이던 로도비코 스포르자(Lodovico Sforza) 공작은 파치올리의 『Summa』에 감동받아 파치올리를 초대하여 후원하기로 한다. 그의 후원 아래 파치올리는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하던 다양한 지식인 및 예술인과 교류하게 된다. 그 중에는 천재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도 있었다. 당시 다빈치는 밀라노에서 <암굴의 성모(Virgin of the Rocks)>와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을 제작하였고, 비례와 균형이라는 주제에 심취하여 <인체비례도 (Vitruvian Man)>를 그리기도 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비례인 황금비율에 대해 연구하던 파치올리와 다빈치가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은 당연하였고, 파치올리의 지식세계에 반한 다빈치의 멘토가 되었다.
파치올리가 또다른 다른 명저인 『황금비율 (Divina proportione)』을 저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빈치는 자신이 먼저 이 책의 삽화를 그려주겠다고 나섰다. 까칠하고 독설을 쏟아내기로 유명한 르네상스의 천재가 회계학의 아버지에게 친절하게도 콜라보를 제안한 것이다.
황금비율이란 ‘어떤 두 수의 비율이 그 합과 두 수중 큰 수의 비율과 같도록 하는 비율‘로 1:1.618으로 알려져 있다. 황금비율의 개념은 수학은 물론 회화와 조형, 건축, 디자인 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이미지 중 애플사의 사과 이미지가 황금비율이 완벽하게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파치올리의 『황금비율 (Divina proportione)』은 1498년 2월 9일 완성되었지만, 10여년 뒤인 1509년에 인쇄본으로 발간된다. 깔끔한 책의 내용과 다빈치의 탁월한 삽화 덕분에 이 책은 대수학은 물론 현대의 기하학과 이미지의 개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파치올리 생전의 르네상스 시대가 혁신의 시대였던 것처럼 520여 년 후인 지금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회계전문가들에게 사고의 혁신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회계전문가를 지금까지의 회계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 500여년 넘게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온 복식부기만을 위한 전통적 회계시스템을 넘어서 또다른 혁신을 하여야 한다.

혁신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파치올리는 『Summa』에서 우리에게 참고할 점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이해하기 편한 언어를 사용하여 회계를 다른 학문과 함께 연계하여 서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collaboration)을 통하여 지식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파치올리가 보여준 실사구시(實事求是)와 협업의 정신은 혁신이 무(無)에서 창조되기보다는 그 때까지 인류사회가 축적한 지식에 기반한 변화라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다.
회계 분야도 이제 차변과 대변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경제학, 심리학, 철학, 컴퓨터와 인공지능 등 다른 학문 분야와 교류하고 다양한 주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혁신적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회계전문가들이 혁신의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빅데이터, 의사결정, 인공지능과 같은 다른 분야에 흡수·통합되어 더 이상 회계전문가가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파치올리는 회계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윤리적 행동도 당부하고 있다. 『Summa』의 제1장에서 파치올리는 회계전문가와 기업가의 평판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하고 신뢰를 축척하여 평생 쌓아 올린 평판이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또한 이를 보완해 줄 적절한 내부통제를 기업에 꼭 필요한 요소로 꼽고 있는 것도 파치올리가 “회계학의 아버지”라 불릴 충분한 이유이다.
* 이 글의 일부 내용은 『예술로 풀어낸 회계 마음으로 이해하기 (2020, 청람)』에서 발췌ㆍ요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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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회계학의 아버지와 콜라보하다 2022-08-08 오전 10:32 이태리의 베니스에서 1494년 11월 발간된 615쪽의 책 한 권이 당시의 지식인 사회와 산업계를 뒤흔들었다. 바로 “회계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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