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전문가 칼럼니스트 "안종석"
가온조세정책연구소 대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개편 논의
정부가 금년 초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적용대상 기준 금액을 인상하였다. 예전에는 연 매출액 4,800만원을 기준으로 간이과세제도를 적용하였다가 몇년전에 8천만원으로 인상하였다. 그리고 면제 기준을 2,4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인상하였다. 그런데 연초에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1억 4백만원으로 한차례 더 인상하였다. 국회를 통하지 않고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 금액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선거과정에서 그 금액을 2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공약이 제시되었다.
부가가치세는 매출액에 대해 10%의 세율을 적용하여 매출세액을 계산하고 매입한 상품이나 원재료에 대해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공제라는 이름으로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여 납부세액을 계산한다. 결과적으로 매출에서 매입을 차감한 금액에 1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즉, 부가가치세는 사업단계별로 창출한 부가가치에 대해 납부하는 세금이 되며, 그것이 누적되어 최종소비자의 부담이 된다. 최종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최종소비에 대해 10%의 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된다. 그 이전 단계에서의 세금은 사업자간 매출세액과 매입세액공제로 상쇄되어 없어진다. 그러므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려면 매출에 대한 근거자료가 있어야 하고, 또한 매입세액공제를 위해서 매입에 대한 근거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에는 매출과 매입에 대한 근거자료를 모두 갖추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매출액 자료만 활용하여 정부가 정한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곱하여 부가가치액을 산출하고 10%의 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간이과세제도를 적용한다. 간이과세제도의 기본적인 목적은 매입, 매출 자료를 근거로 부가가치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고 매출에 정부가 정한 부가가치율을 적용하여 추정한다는 것이다. 사업자별로 실제 부가가치를 계산하면 추계한 것보다 더 클 수도 있고, 더 작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추계치가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간이과세제도가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지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간이과세제도의 문제점도 있다. 부가가치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되므로 매출과 매입에 대한 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한 사업자의 매출이 다른 사업자의 매입이 될 수도 있으므로 거래 단계별로 세금계산서가 정확하게 발행되고, 그 계산서를 근거로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래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에서 매입, 매출에 대한 근거자료가 필요하지 않다면 과세자료의 대사에 구멍이 생겨 부가가치세 행정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매입세액공제를 원하는 사업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사업자와 거래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며, 매입세액공제가 필요하지 않은 사업자는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아도 되므로 그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자는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매출을 누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간이과세자도 매출액이 면제 기준보다 높으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8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그 이전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의무가 있었던 사업자들은 계속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매입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간이과세자의 경우 매출만 줄이면 세부담을 크게 완화할 수 있으므로 매출을 축소신고하는 유인이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비교적 쉽다. 그러므로 부가가치세 과세행정이 공정하고 정확하게 잘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모든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도록 하는 사업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간이과세제도의 적용대상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발달된 기술과 행정능력, 현금결제 비중의 하락 등에 힘입어 부가가치세 납세협력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을 고려하면, 납세편의 제도 관점에서의 간이과세제도 기준금액은 이전보다 낮아져야 할지도 모른다.
정리해보면 간이과세제도는 소규모 사업자의 납세협력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런데 부가가치율을 낮게 추정하다보니 소규모 사업자를 지원하는 제도로서의 역할도 한다. 최근에 기술이 발전되고, 현금거래 비중이 낮아져서 소규모 사업자도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을 계산하여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거나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납세협력 부담 완화의 관점에서 간이과세 필요성은 상당히 낮고, 기준금액 상향조정의 당위성도 크지 않다. 그렇게 보면, 현시점에서 논의되는 간이과세 기준의 확대는 납세협력 비용의 완화보다는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지원의 성격이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부가가치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법률상 부가가치세는 상품을 공급하는 자가 납세의무자이지만, 경제논리 상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행정 편의를 위해 사업자로 하여금 소비자가 납부한 세금을 모아서 과세관청에 납부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즉, 부가가치세는 사업자의 세금이 아니고 소비자의 세금이다. 그런데 부가가치세 부담을 완화하여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은 소비자가 납부한 세금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가가치세는 소규모 사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수단으로서 적합한 세목이 아니다. 소규모 사업자를 지원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보다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세금인 소득세를 통해서 지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요하다면 지원이 필요한 사업자를 선정하여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 범위 확대는 공정하고 정확환 부가가치세 행정의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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